금융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주거래은행이나 주거래계좌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카드비나 통신비, 공과금 등 주거래계좌와 연결된 각종 출금이체를 다른 계좌로 바꾸려면 일일이 직접 변경해야 했기 때문이다.

"226조 뭉칫돈 대이동 하나"…은행권 '긴장'
그러나 다음달 1일부터 첫 단계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계좌이동제란 기존 주거래은행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돼 있던 각종 이체 항목을 자동으로 일괄 이전하는 제도다.

금융결제원의 출금이체정보 종합관리서비스(페이인포·www.payinfo.or.kr)를 통해 각종 출금이체 내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은행의 계좌에서 어떤 공과금이 빠져나가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면 이체신청을 그 자리에서 해지할 수도 있다. 10월부터는 기존 이체계좌를 다른 은행계좌 등으로 일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은행권에서는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면 226조원(금융위원회 추산) 규모의 은행권 수시입출금식계좌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나 은행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성 높아지는 소비자

"226조 뭉칫돈 대이동 하나"…은행권 '긴장'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페이인포 사이트에서 출금이체나 납부자 자동이체 등을 일괄 변경할 수 있어 주거래은행이나 계좌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은행이 주거래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금리나 수수료 등 혜택을 늘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수수료를 면제하고 대출이자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우리 주거래고객 상품패키지’를 출시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4월 은행 주거래고객에 대한 우대혜택 범위를 보험사, 증권사 등 계열사로 확대한 ‘NH올원카드’를 선보였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이체계좌 변경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거의 없는데 은행 간 경쟁에 따른 혜택이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쟁심화 불가피한 은행권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면 수시입출금식계좌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은행권에서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객 기반이 약한 은행은 계좌이동제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3년 9월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올해 3월까지 약 175만건의 계좌이동이 일어났다. 계좌이동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대형은행 바클레이즈는 지난해 8만명의 고객을 잃었다는 조사도 있다. 반면 통신비 등의 자동이체에 1~3%의 캐시백을 제공한 산탄데르은행은 약 17만명의 고객을 신규 유치했다.

계좌이동제가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쟁은행 간 출혈경쟁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계좌이동제가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고객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