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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삼성서울병원 발(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했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 두 차례 고개를 숙여 사과한 데 이어 현장 의료진의 노력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매인 목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그룹의 실질적 리더로 올라선 뒤 처음 가진 공식 기자회견이 대국민사과 자리였다는 점에서도 사과의 무게감이 남달랐다.

이 부회장은 23일 오전 11시 예정에 없던 메르스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은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라고 소개받은 뒤 단상에 섰다.

검푸른 정장에 삼성을 상징하는 파란 색 계열 넥타이 차림을 한 이 부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며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단상을 나와 취재진을 향해 기자회견장 왼편과 오른편을 나눠 각각 3초간 두차례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단상으로 돌아가 다시 마이크 앞에 선 이 부회장은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며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뒤 다시 고개를 떨궜다.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산 사태가 터진 데 대해 더욱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다"며 "제 자신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한 뒤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이어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다"며 "사태가 수습되는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해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다만 삼성서울병원 현장 의료진의 메르스 방지 노력에 대해서는 국민의 넓은 이해를 구했다.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다"고 운을 뗀 이 부회장이 "이 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 드린다"고 말하는 순간 매인 목으로 울먹이기도 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신 환자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말로 3분여 대국민 사과를 마쳤다.

다만 "메르스 환자 치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 외에 삼성 그룹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 대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향후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만 덧붙였다.

이 부회장에 이어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삼성이 자체적인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기 보다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기관이나 연구소를 삼성이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송 원장은 이 부회장에 이어 다시 국민에게 사과했다. 송 원장은 "(국민께) 이미 2차레 사과했지만 여러번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저희 병원에서 이런 메르스 사태가 발생해 큰 걱정을 끼쳤고, 어떤 사과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떨궜다.

한편 이날 수많은 취재진이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몰려들어 이 회장의 입장 발표를 기다렸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