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SKY 만고불변 아냐"…대학서열 깨져야 발전한다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의 아시아대학평가 순위가 잇따라 발표됐다. 대학들이 주목하는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와 타임스고등교육(THE)의 평가 결과가 지난 10일 나온 것이다. QS 평가는 싱가포르국립대, THE 평가는 도쿄대(일본)가 각각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QS 평가는 세계대학평가(6개 항목)와 아시아대학평가(9개 항목)의 평가 기준과 항목, 배점 등이 달라져 다소 순위 변동이 있다. 반면 THE 평가는 세계대학평가와 아시아대학평가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 대학평가 전문가들은 “THE 평가는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아시아 대학들만 따로 빼낸 것이다. 아시아 대학 순위는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들의 성적표도 평가별로 조금씩 엇갈렸다. QS 평가는 KAIST(3위) 서울대(8위) 포스텍(10위) 성균관대(17위) 연세대(18위) 고려대(19위)가 상위권에 들었다. THE 평가에선 서울대(6위) KAIST(8위) 포스텍(11위) 성균관대(16위) 고려대(26위) 연세대(28위) 순으로 집계됐다.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SKY 만고불변 아냐"…대학서열 깨져야 발전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성균관대의 약진이다. 근소하게나마 두 평가에서 모두 연고대를 제쳤다. 성균관대는 앞서 중앙일보 평가에서도 SKY를 앞지르는 등 지속적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회성 깜짝쇼가 아니란 얘기다.

대학가에선 이러한 평가 결과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묶이는 대학 서열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의호 한국대학랭킹포럼 대표(포스텍 교수)는 “최근 국내외 평가 결과를 보면 각종 지표에서 성균관대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며 “이공계 중심으로 교수들 연구력이 좋아진 게 눈에 띄고 재단인 삼성의 지원도 힘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관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은 순위 상승 비결로 “학교가 중점 추진하는 나노와 에너지 분야는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선 ‘성균솔라포럼’을 주관해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교수들의 연구경쟁력이 높아진 것 외에도 삼성이 재단으로 들어온 뒤 교육여건이 좋아지고 대외평판도가 올라가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SKY 만고불변 아냐"…대학서열 깨져야 발전한다
물론 대학평가 순위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중시하는 항목과 비중이 달라 평가마다 순위가 제각각인 맹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브랜드나 사회적 인식 등에 기댄 주관적인 기존 대학 서열을 일정한 기준으로 재평가해 ‘경향성’을 확인하는 의의가 있다.

고착화된 대학 서열을 깨고 대학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 대학평가의 순기능인 셈. 서의호 대표는 “대학 서열은 깨지는 게 맞다. 그래야 교육이 발전한다”고 전제한 뒤 “성대가 앞으로도 수년간 대학평가에서 계속 높은 순위를 유지하면 사람들 인식도 점차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SKY 틀이 깨지는 데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평가 결과는 대학들에 자극제가 된다. 나아가 대학간 선의의 경쟁을 촉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토양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대학 보직교수는 “연고대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서열 파괴가 가능한 시스템이면 다른 대학들도 노력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야 SKY도 안주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한국 대학들의 발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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