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서 투자자 '썰물'…자금유출 7년 만에 최대
세계 신흥시장에서 주식투자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인 EPFR 자료를 인용, 지난 4~10일 한 주간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92억7000만달러(약 10조35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간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 중 아시아에서 유출된 투자금 규모가 79억달러로 최근 15년 만에 최대였으며, 중국이 71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WSJ는 오는 17일 나오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회의 결과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미리 신흥국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유력한 9월을 앞두고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이번 회의에서 시장에 신호를 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최근 나온 내수와 물가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넘어선 것도 9월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2일 발표된 6월 소비자태도지수는 94.6으로 전문가 예상치인 91을 웃돌았고,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0.5% 상승하며 전달의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폴 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계속 빠지고 있다”며 “2013년의 ‘긴축짜증’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도 펀드매니저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WSJ는 전했다. 주가 상승으로 이익을 보더라도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달러로 바꿀 때 환차손이 발생해 실질수익률은 하락한다.

올 들어 브라질 헤알화와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 대비 16% 넘게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가치도 각각 8%와 7.3%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보고서에서 “내년까지 신흥국 통화가치가 4% 더 하락할 것”이라며 “환율이 신흥국 투자금 유출의 주범”이라고 밝혔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