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사용자가 사전에 확정된 부담금을 정기적으로 납입하고, 근로자가 이 납입금을 자기 책임 아래 운용해 그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 수준이 결정되는 제도다.

기업은 DC형 퇴직연금을 선택한 근로자에 대해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부담금(연간 임금총액 12분의 1 이상)을 운용 및 자산관리 계약을 맺은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에 납입해야 한다. 근로자는 적립금을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시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며, 그 운용성과에 따라 퇴직급여 수준이 정해진다. 가입자는 퇴직할 때 지급받을 퇴직급여를 연금 또는 일시금 중 하나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연금으로 수령하려면 만 55세 이상이어야 하며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연금 수령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일시금은 연금수령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일시금 수급을 원하는 경우 지급된다.

퇴직금 떼일 가능성 ‘제로’

[DC형 퇴직연금] 퇴직금 떼일 걱정 없는 DC형 퇴직연금…이직 잦고 임금상승률 낮은 근로자 유리
DC형 퇴직연금 제도는 기존 퇴직금 제도나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비해 가입자에게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 수급권 보호 기능이 있다. 퇴직금 제도 아래에선 기업들이 근로자 몫인 퇴직부채를 회사 밖의 금융회사에 맡기지 않고 대부분 장부상으로만 적립해 놓는다. 이 퇴직급여를 임의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다보니 기업 경영이 악화하거나 도산하면 퇴직금을 떼일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받지 못한 퇴직금이 5189억원에 달한다. 퇴직연금 제도에서는 퇴직부채가 회사 밖의 퇴직연금 사업자에 부담금 형태로 납입(사외적립)된다. 한 번 납입하면 회사가 다시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수급권 보장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은 퇴직부채의 70%만 사외적립하면 되는 DB형과 달리 퇴직부채 전액이 사외적립되기 때문에 퇴직급여를 떼일 염려가 전혀 없다.

또 부담금 납입 및 운용 단계에서 과세하지 않고 퇴직급여 수령 때만 과세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 가입자에게 다양한 혜택이 있다. 먼저 기업이 퇴직급여를 납입할 때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는다. 퇴직부채 전액이 납입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원금이 늘어나게 되고 실질적으로 세후 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적립금 운용 단계에서는 이자 및 투자 수익에 과세하지 않는다. 운용기간이 길수록 DC형 퇴직연금의 가입자가 수령하게 될 퇴직급여 규모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금융회사에서 예금에 가입하면 만기 때마다 이자소득세 15.4%(주민세 포함)가 부과된다. 그러나 퇴직연금에선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매년 투자원금이 늘어난다. 가입기간이 길수록, 적립금 규모가 클수록 운용수익에 대한 비과세 효과가 배가된다.

추가 납입으로 수익 증대 기대

근로자의 추가 납입이 가능한 것도 DC형 퇴직연금의 장점이다. 추가 납입된 적립금 역시 운용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투자기간이 길수록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추가 납입된 적립금에 대해서는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 13.2~16.5%(주민세 포함)의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연금 세액공제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 납입한 금액을 합산해 납입액 기준으로 4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했다.

올해부터는 DC형 퇴직연금(또는 IRP)에 납입하는 경우 납입액 기준으로 추가로 3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간 총 급여소득이 5500만원 이하이면 혜택이 더욱 크다. 기본 13.2%가 아니라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700만원을 추가 납입한다면 총 급여가 5500만원이 넘는 가입자는 92만4000원(13.2%)의 세금을 환급받게 되고, 총 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115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은 400만원 한도 이외에 추가 세액공제 혜택이 없다.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근로자들은 이러한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법으로 의무화돼 있는 가입자 교육을 통해 다양한 금융정보 및 투자와 관련된 지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자신의 책임 아래 퇴직연금 적립금을 직접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입자 교육은 기업이 전문 금융투자회사인 퇴직연금 사업자에 위탁해 연 1회 이상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가입자들은 금융상품 및 시장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다양한 투자상품을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초장기 자산인 퇴직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퇴직연금 선진국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국가들은 21세기 들어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금융투자 교육을 받은 근로자가 그렇지 못한 근로자보다 금융지식 수준이 높고 업무 생산성도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근로자 교육이 중시되고 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금융투자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과 그렇지 못한 어린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의 소득을 조사한 결과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가 약 6000만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일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적립금 범위 내에서 중도인출을 할 수 있다. 중도인출 사유로는 무주택자인 가입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가입자 또는 가입자의 배우자 및 이들과 생계를 같이 하는 부양가족(20세 이하, 60세 이상)이 6개월 이상 요양을 할 때, 가입자가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 및 개인파산 선고를 받았을 때(중도인출 신청일을 기준으로 역산해 5년 이내), 그 밖에 천재지변 등 노동부령이 정하는 사유와 요건을 갖췄을 때 등이다.

임금상승률 낮다면 DC형 유리

[DC형 퇴직연금] 퇴직금 떼일 걱정 없는 DC형 퇴직연금…이직 잦고 임금상승률 낮은 근로자 유리
퇴직연금 제도는 기업이 재무적, 인사적, 노사관계적 측면 등을 고려해 DC 또는 DB형, 복수제도(DB+DC) 등을 도입하게 된다. 근로자 입장에서 자신에게 더 적합한 퇴직연금 제도를 선택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임금인상률과 투자수익률을 기준으로 들 수 있다.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임금상승률이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률보다 높다면 DB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임금상승률이 낮은 업종에 종사한다면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해 수익을 키울 수 있는 DC형이 적합하다. 일반적으로는 임금상승률, 승급률, 호봉상승률이 높은 기업에 근무한다면 DB형이 맞을 것이다. 근로자 개인별로는 현재 근무하는 직장의 매년 혹은 연평균 임금상승률을 알아보는 한편 자신의 연령 등을 고려해 예상 승진 횟수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해마다 성과에 따라 총 급여가 변동하는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이직이나 전직 등 이동이 잦다면 DC형 퇴직연금이 적합한 제도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임금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6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4~5회 직장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종합해 볼 때 DC형 및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통한 노후자산 증식을 준비해야 하는 게 대세다.

최형준 <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운영부장 hj.choi@truefrien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