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군인의 시대는 끝…기술자가 전쟁 이끈다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다. 예나 지금이나 지구 곳곳에서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은 군인이 수행한다. 군인은 인간성의 한계를 시험받는 상황에서 영웅 또는 악마로 기록됐다.

《위대한 패배자》로 유명한 독일 언론인이자 작가인 볼프 슈나이더(사진)는 《군인》에서 50년 동안 숙고한 ‘군인’이란 주제를 다양한 문제의식을 동원해 풀어낸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차 세계대전에서 하사관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다.

[책마을] 군인의 시대는 끝…기술자가 전쟁 이끈다
저자는 3000여년에 걸친 군인과 군대의 역사를 포괄적이고 입체적으로 고찰하며 전쟁이 인간에게 야기하는 잔인성과 야만성, 비인간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우리가 알았던 군인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단언한다. 대표적인 근거는 무인 전투기(드론)다. 드론을 운용하는 데는 군인이 필요하지 않다. 전자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기술자로도 충분하다. 적을 찾는 것은 위성항법장치(GPS)와 고성능 레이더이며, 파일럿은 위성 신호를 이용해 드론에 사격 신호를 전달한 뒤 폭탄이 터지는 것을 영상으로 지켜보면 그만이다. 일본에서 20만명을 죽인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데는 군인 세 명만 필요했다. 소규모로 움직이는 테러리스트를 막는 데 대규모 전투부대가 소용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저자는 “평화를 외치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주장을 순진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는 “생존 공간과 자원 부족 때문에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군사기업을 이용해 바로 공격에 나서고 무기 수준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버전을 벌이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전쟁을 해보려는 유혹도 과거보다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