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예인의 '13년 만의 해명'…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조직원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던 직원이 있었다. 그의 태도와 행동이 올곧다고 믿은 사람들이 그를 칭송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그는 신분과 관련한 숙제를 안고 있었다. 우리 조직에 속하면서도 또 다른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신분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 구성원이면 모두가 의무로 이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역할은 신분 상의 선택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우리 조직을 선택해야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어려운 결정일 것 같아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우리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래서 그에게 수시로 물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를 사랑해 준 우리 조직을 선택하겠다고 결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자 그는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렇게 강조하던 우리 조직의 신분을 포기했다. 당연히 우리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사태의 심각함을 인식한 우리 조직은 그에게 다시는 우리 조직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한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카메라 앞에 섰다. 자신이 내렸던 결정에 대해 해명한다면서. 13년의 장구한 시간 동안 그 어떤 사과나 해명도 없었던 그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기대했다.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납득할 만한 이유를 진솔하게 얘기할 것으로. 적어도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진심으로 사죄할 것으로.

하지만 그의 해명은 기대와 사뭇 달랐다. 눈물을 흘리고, 무릎 꿇고, 사죄라는 표현은 썼지만 모두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되진 않았다. 그는 13년 전 우리 조직이 요구한 중요한 역할을 맡겠다고 한 것은 자신의 진정한 뜻이 아니었다고 했다. 기자의 질문에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기사화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 조직의 신분을 포기한 것도 자신의 뜻이 아닌 아버지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조직이 자신을 받아달라고 했다. 그의 읍소에 한쪽은 실망을 넘어 의구심과 분노를 표출하지만 다른 한쪽은 유연한 입장이다.

이 시나리오는 국방의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했다고 알려진 한 연예인의 해명과 관련한 최근 이슈를 일부 각색한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번 사건을 통해 기업 경영 차원의 관점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조직은 그가 원하는 대로 받아줘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먼저 우리 조직의 규칙이 명확하다면 그에 따르면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감정적인 대처보다는 냉철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조직의 결정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상당 기간 미칠 효력을 감안하는 것이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과연 그가 우리 조직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람인가를 주된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 조직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정에 대해 자기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자기책임 의식이란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결과가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이 그 결과의 주된 요인이었다는 것을 먼저 얘기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올바른 진보를 위해 조직 내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반드시 갖춰야 할 모습이다.

지금 우리 조직에 자신을 받아달라고, 그러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읍소하는 이 사람은 어떤가. 자기책임 의식이 있나 없나. 이 질문에 답을 먼저 찾아보자.

박기찬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