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부터 경고 차원에서 제기되던 한국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가공무역에 주력하던 중국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무역전략을 전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경합하는 일본 기업들은 엔저(低)라는 기회를 활용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한국의 지난 5월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여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감소(-10.9%)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4개월 연속 줄었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감소가 중국의 무역전략 변화와 맞물려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최근 한 좌담회에서 “중국의 무역전략은 ‘대진대출(大進大出)’에서 ‘우진우출(優進優出)’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공무역을 통해 최대한 많은 양을 수입·수출하던 기존의 무역전략을 폐기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수출 비중을 늘리겠다는 선언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중국의 이 같은 무역전략 변화로 대중국 수출의 절반가량이 가공무역 관련 원·부자재인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기업들은 엔저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자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5회계연도 주요 35개 상장사의 R&D 투자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2조750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 2~3년 뒤 더 강해지면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도쿄=서정환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