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외국인 투자 걸림돌 해결하는 포털 만들 것"
“외국인 투자자들이 규제 걱정 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외국인 투자 규제 포털’을 조만간 내놓겠습니다.”

김인철 외국인투자옴부즈만(67·사진)은 취임 두 달을 앞두고 3일 기자와 만나자 외국인 투자 규제 포털 얘기부터 꺼냈다. 외국인 투자 규제 포털이란 새로 논의되는 법률이나 제도가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직접 견해를 듣고 토론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말한다.

김 옴부즈만은 “4월7일 취임한 이후 쉴 틈 없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났다”며 “이들은 한국에선 법률과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큰 불만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특히 새로 만들어지는 법률이 충분한 토론 과정 없이 통과되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 법안의 내용을 인터넷에 띄우고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검토한다면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가 새 법안에 담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옴부즈만은 “현재 정부와 세부사항을 협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 규제 포털의 이름을 ‘외국인 투자 규제 신문고’ 등으로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옴부즈만의 역할과 관련해 그는 “교통정리와 같다”고 정의했다. 행정부처별로 법률을 관리하기 때문에 회색지대가 있고 여러 부처에 걸친 이슈도 적잖게 있다고 진단했다. 이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고충이나 애로를 어디에 말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럴 때 제가 나서야죠. 어떤 때는 한 부처, 다른 때는 여러 부처를 아울러 찾아다니며 외국인 투자자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김 옴부즈만은 대구에 있는 한 전자부품업체를 예로 들었다. 이 업체는 당초 국내 기업과의 합작으로 설립됐는데 국내 기업이 합작을 그만뒀다. 외국 모기업은 그래도 투자를 더 늘리기로 했지만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 상호 변경을 하면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공장 증설을 위해 들여오는 외국 자금은 신규 투자가 되는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이었다. 김 옴부즈만은 “중앙정부의 해당 부처와 지자체를 일일이 접촉하고 있으며 어려움이 해결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고용이 문제가 되는 요즘 외국인 투자 유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가 외국인 투자를 훨씬 웃돌아요.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가기만 하면 국내에선 당연히 일자리가 줄죠. 나가는 만큼 유치해야 균형을 이룹니다.”

김 옴부즈만은 외국인 투자자와 편하게 만나기 위해 ‘제프리(Jeffrey)’라는 영어 이름도 만들었다. “‘인철’이란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제프리’를 넣으니 모두 ‘제프리’라고 부릅니다. 편하다고 합니다.”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그는 인천발전연구원 원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글로벌 모임인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의 회원이기도 하다. 외국인투자옴부즈만은 2018년 4월까지 맡는다.

■ 외국인투자옴부즈만

외국인 투자자 및 외국인 투자기업이 경영활동 중 겪는 애로나 고충을 처리하는 기구의 수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위촉한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1999년 설립됐으며 KOTRA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출범 후 지금까지 5400여건의 애로사항을 접수해 해결했다.

글=박준동/사진=신경훈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