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이다. 경제는 가라앉고, 외교는 ‘국제 왕따’이며, 개혁은 늪지대를 헤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문제까지 속수무책이다. 이해관계 조정과 사회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치는 거꾸로 트러블 메이커가 된 지 오래다. 그럴수록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력을 키워야 할 텐데 어느 집단이건 요구만 넘칠 뿐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과연 한국 사회는 문제 해결능력이 있는지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나라 안팎이 꽉 막힌 느낌이다. 과거사 덫에 걸린 고립 외교는 엄청난 비용청구서로 되돌아오고 있다. 국제사회에 ‘한국 배제론, 한국 피로증’이 번질수록 엔저 쓰나미의 파고는 높아만 간다. 아베 집권 후 달러당 80엔대에서 120엔대로 급전직하로 절하됐어도 눈감아주고, 한국에는 툭하면 환율조작 경고장이 날아드는 게 우연은 아니다. 그 결과가 5개월째 수출 감소요, 두 달 연속 산업생산 뒷걸음질이다. 반짝하던 소비와 한류관광은 혐한증에 메르스 충격까지 가세한다. 올해 ‘잘해야 3% 성장’이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가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세계경기 둔화, 저유가 등 대외여건이 우리 경제에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저유가는 중동과 신흥국의 경제위축을 초래해 한국 주력산업에는 크나큰 악재다. 하지만 허리띠 졸라매고 땀 흘려 일해도 모자랄 판에 생산성은 떨어지고 인건비는 뛰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상승률이 평균 8.2%인데 올해는 10%를 웃돌 것이라고 한다.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이란 ‘3종 세트’가 빚어낸 후유증이다. 청년백수가 넘쳐나는데 일자리 창출 법안은 2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썩고 있다. 고용 유연화와 임금피크제는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요즘 상황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 속에 나라가 침몰한 외환위기 직전을 연상시킨다. 정치는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그 자체로 문제의 근원이다. 정확하게 1997년의 재판이며 조선 당쟁을 재연하고 있다. 사건만 터지면 괴담은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퍼지는 저신뢰 사회다. 뭔가 큰 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가 조용히 번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