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이 줄면 당장 기업들이 타격을 받는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든다. 일감이 줄어든 만큼 조업시간을 단축하고 고용을 줄여야 한다. 올 들어 5개월 동안 감소한 수출액(약 132억달러)은 9만5000여명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수출 대기업이 휘청이면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 3차 협력사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수출이 흔들리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너지는 '수출 한국'] 올 들어 수출 132억弗 감소…벌써 일자리 9만5000여개 없어진 꼴
○제조업 일자리 21만개 감소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누적 수출액은 2353억8000만달러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2억7800만달러 줄었다. 월 평균 26억5560만달러씩 감소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 수출액은 산술적으로 지난해보다 319억2000만달러가량 줄어든다.

한국은행과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수출의 취업유발계수(2013년 기준)는 100만달러당 7.2명이다. 수출이 100만달러 늘면 7.2명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늘어나야 할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단순 대입하면 올 들어 5월까지의 수출 감소로 9만5602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올 수출이 작년보다 320억달러 가까이 줄면 22만9824명의 고용 감소 영향을 받는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받는 타격이 가장 크다. 수출이 늘리는 일자리 중 제조업 비중이 압도적이어서다. 수출의 취업유발 인원이 처음 400만명을 넘었던 2013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일자리 유발 인원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2%였다. 올해 수출이 쪼그라들어 감소하는 고용 인원(22만9824명) 중 21만1438명이 제조업에서 나올 수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10개 품목이 제조업에 집중돼 있어 일자리 감소는 국내 산업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2010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조금씩 떨어졌지만 고용은 견조하게 유지돼왔다”며 “하지만 수출이 줄어들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 협력사 타격 불가피

수출이 감소하면 경제성장률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수출이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비율은 평균 55.9%였다. 경제성장률이 3%라면 1.7%가량을 수출이 담당해 왔다는 얘기다. 수출이 흔들리면 한국의 경제 성장 엔진도 급격히 식게 된다.

세계적 저성장 추세 속에서 수출까지 줄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수출 대기업이다. 전자와 전자부품, 자동차, 조선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협력사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조선업에선 중소 협력사의 실적도 악화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대기업과 협력업체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여실히 나타난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자동차 대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8.93%였다. 같은 기간 중소 협력사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10.49%였다. 대기업 매출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중소 협력사 매출 증가율은 1.17%포인트 올라간 셈이다. 조선업종에선 대기업 매출 증가율이 1%포인트 올라갈 때 중소 협력사의 매출 증가율은 1.1%포인트 상승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게 낙수효과라면 그 반대의 ‘역(逆)낙수효과’도 있을 수 있다”며 “수출 감소로 수출 대기업의 성장이 멈추면 중소기업도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93억6300만달러

우리돈 약 10조4000억원. 한국 수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10월 수출액(517억5500만달러)에서 지난달 수출액(423억9200만달러)을 뺀 수치. 저유가 엔저 등으로 인해 8개월 만에 지난해 한국 승용차 수출액을 웃도는 금액이 수출전선에서 사라진 것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