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없이 달리고, 스스로 펑크 고쳐…'타이어의 무한진화'
세계 최초로 고무 타이어가 발명된 1848년 이후 타이어는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자동차가 커지고 빨라지면서 신발 역할을 하는 타이어가 갖춰야 할 조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무 일색이던 타이어 소재는 최첨단 복합 소재로 다양화됐고 사용 영역은 승용차를 넘어 중장비, 항공기 등으로 확대됐다. 공기 없는 타이어에서 상처를 스스로 치료하는 타이어까지 수명이 더 길어지고 성능이 개선된 신개념 타이어도 속속 등장했다.

미래를 바꾸는 타이어 기술

공기 없이 달리고, 스스로 펑크 고쳐…'타이어의 무한진화'
2005년 미국 과학전문지 ‘퍼퓰러 사이언스’는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을 100가지 창의적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미쉐린 트윌 타이어를 선정했다. 트윌 타이어는 공기 없는 타이어다. 타이어 형태를 공기압으로 유지하지 않기 때문에 구멍이 날 수 없는 구조다. 강철과 고무, 폴리우레탄 소재의 바퀴살은 극한의 조건에서도 타이어 형태를 보존해준다. 퍼퓰러 사이언스는 “트윌 타이어 개발로 우주에서도 바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인류 이동성의 한계를 늘린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미쉐린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타이어도 생산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트럭인 ‘카터필러 797B’ 전용 타이어다. 지름은 4.03m이고 단면폭은 웬만한 초등학생 키보다 큰 1.5m에 달한다. 중량이 5t가량인 이 타이어는 100t이 넘는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타이어 기술 경쟁의 장은 전기차 분야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는 미쉐린 전기차 타이어를 장착한 르노의 경주대회용 전기차 ‘포뮬러E’가 등장했다. 이 타이어에는 전자칩(RFID)이 내장돼 있다. 생산부터 트랙에서 사용한 뒤 회수될 때까지 정보를 추적할 수 있고, 주행 시 온도와 압력을 점검하는 센서와 연결돼 주행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브리지스톤도 전기차용 타이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는 고출력, 저소음, 고연비의 특성을 가지며 200㎏이 넘는 배터리가 장착돼 공차 중량이 일반 차량보다 무겁다. 브리지스톤은 BMW 전기차 i3에 장착되는 올로직 타이어를 개발했다. 올로직 타이어는 기존 타이어에 비해 폭을 대폭 줄이고, 지름은 크게 키웠다. 타이어 폭이 좁아지면 주행 중 공기가 닿는 부분이 감소해 공기저항을 덜 받는다. 올로직 타이어는 이런 독특한 형태로 기존 제품보다 연료효율을 5~10% 개선했다.

한국 업체들도 기술 경쟁

국내 타이어 업체들도 독자 기술로 개발한 특수 타이어를 선보이며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금호타이어는 오는 6월부터 흡음재를 부착한 공명음 저감 타이어를 판매한다. 공명음 저감 타이어는 타이어 내부에 다공성 흡음재를 부착해 타이어 공명음을 감소시킨 타이어다. 이 타이어를 장착하면 기존보다 8% 정도의 소음 저감 효과가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타이어 펑크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특수 타이어인 ‘실란트 타이어(셀프 실링 타이어)’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실란트 타이어는 이물질이 타이어를 관통했을 때 젤리 형태의 실란트층이 자동으로 이동해 손상 부위를 메운다. 타이어가 손상 부위를 스스로 봉합해 공기 누출 없이 정상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가 주목하는 새로운 시장은 항공기 타이어다. 금호타이어의 고위 관계자는 “A380 비행기에 장착되는 타이어 한 개 가격이 3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항공기 타이어 시장은 고부가가치 시장”이라며 “공군 고등 훈련기(T-50)의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어 앞으로 여객기 타이어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2월 심각한 기후변화 상황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신개념 타이어를 선보였다. 이 중 ‘부스트랙’은 가변형 구조를 통해 트레드 블록이 사방으로 펼쳐져 사막과 같은 모래 지형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알파이크’는 확장형 구조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자동차의 높이를 높여 험로 주파능력을 향상시켰다. 물레방아 형태 디자인인 ‘하이블레이드’는 트레드에 달린 스크루를 통해 물속에서도 추진이 가능한 신개념 타이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펑크가 나 타이어 안 공기가 없어져 공기압이 감소해도 시속 80㎞ 이상의 속도로 약 100㎞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를 이미 BMW 벤츠 등 수입차에 납품하고 있다”며 “독일 포츠하임 대학원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최첨단 기술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