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타이 리, 미국 최대 여성기업 CEO
미국 경제전문잡지인 포브스가 부도 직전의 기업을 100만달러에 인수해 25년 만에 매출 60억달러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한국 출신 50대 여성 경영자를 29일 집중 조명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 SHI의 소유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타이 리(56·사진). 포브스는 SHI가 미국에서 여성이 소유한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비상장사인 SHI의 지분 60%를 보유한 타이 리의 재산은 11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포브스는 SHI가 일반인에게 생소한 기업이지만 AT&T와 보잉, 존슨앤드존슨 등 1만7500여개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며 1달러만 가격이 낮아도 거래회사를 바꾸는 글로벌 아웃소싱 풍토 속에서도 고객 유지율이 99%를 넘는다고 소개했다.

포브스는 SHI의 성공비결로 경영진과 직원 간 차별을 두지 않는 타이 리의 경영 스타일을 꼽았다. 일례로 SHI에는 고위 경영진을 위한 전용 주차공간이나 고액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없다. 타이 리는 포브스에 “달러로 표시되는 회사의 가치는 내가 직원들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며 “회사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직원이 고객에게도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타이 리는 태국 방콕에서 1남3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고 10대에 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명문 앰허스트대를 졸업했다. 그의 아버지는 1차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주도한 고 이기홍 전 경제기획원 차관보다. 한국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구단주가 그의 남동생이다.

타이 리는 기업가로 진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며 학비를 마련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뒤 P&G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창업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다. 이어 1989년 매물로 나온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 사명을 SHI로 바꾸고 25년 만에 직원 3000명, 전 세계에 30여개의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