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靑 "시행령 제정권 제한 삼권분립 위배"…거부권 등 검토
與 "삼권분립 이상없어…시행령과 충돌시 판단은 법원 몫"
모레 당정청 회동 무기한 연기…친박 주류 행보 주목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29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현정부가 대표적 개혁과제로 내세워온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고자 연계한 법안이지만, 청와대가 "삼권분립 위배"라며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도 "삼권분립 위배가 아니다"라고 곧바로 반박하고 나섬에 따라 당과 청와대가 날카롭게 대치하는 모양새가 됐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등에 대해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며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은 또 "국회는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앞서 삼권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인 만큼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면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며 정치권에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오해가 많다"면서 "법률과 시행령 사이에 생기는 충돌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 원내대표는 "시정 요구 자체도 여야가 합의돼야 하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남용돼 정부가 일을 못한다는 것은 너무 과한 걱정"이라면서 "그 조항(수정요구권)이 과하게 남용돼 정부가 일을 못할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로 훈풍이 불 것을 기대했던 당·청 관계가 예기치 않은 변수 탓에 오히려 강한 난기류에 휘말린 양상이다.

특히 청와대는 대통령 거부권 카드까지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위기감이 여권 내부에 팽배하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번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에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당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몰릴 위험성도 있다.

야당 역시 강력히 반발할 게 뻔하고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는 점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개정 국회법이 재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박 대통령으로서는 여당을 포함한 의회 전체와 힘 대결을 벌이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정부가 개정 국회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방법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과거 예를 볼 때 행정부와 의회가 정면 대립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헌재가 조속히 결정을 내린 사례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실효성 없는 방안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당청 간 냉랭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오는 31일 예정됐던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어느 쪽에서 먼저 연기를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당과 청와대 모두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여당 지도부 역시 파장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

특히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주류 왕당파'로 불리는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 현재의 비주류 지도부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의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전날 협상안 추인 과정에서 이미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대통령 특보를 겸임하는 김재원 의원은 의총에서 협상안 추인을 공개적으로 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에서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30여명의 이탈표가 나온 점도 현재의 당내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정윤섭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