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개혁이 갈수록 퇴색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SOC, 농림·수산, 문화·예술 등 3개 분야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 방안을 내놨으나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87개 기관 가운데 52개 기관의 업무를 조정하고, 이 중 4개 기관은 폐지한다지만 정작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다. 말이 기능조정이지 시늉만 낸 것이어서 이래서야 어떻게 공공기관 개혁 운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코레일의 경우 물류, 차량정비·임대, 유지보수 등 3개 부문에 책임사업부제를 도입하고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자회사 전환을 추진한다지만 철도산업 구조개편의 시급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동안 거론됐던 지역 항만공사의 통폐합은 노조 반발로 무산됐다고 한다. 문화·예술 분야는 이해관계자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손도 못 댄 형편이다. 농림·수산 분야 역시 일부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52개 기관 중 통폐합된다는 4개 기관도 모두 소규모 공공기관이다. 정작 규모가 큰 공공기관은 다 빠져나갔다.

더구나 기능조정을 했으면 응당 뒤따라야 할 게 인력 구조조정인데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기능조정 관련 업무인력이 5700여명에 달한다지만 안전 강화, 창조경제 활성화 등 국정과제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모두 전환배치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앞서 추진됐던 정보통신기술(ICT), 고용·복지, 중소기업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부터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래창조과학부에 ICT 전담 평가관리기관을 만들어주고, 중소기업 R&D를 중소기업청으로 몰아준 것에 불과했다. 사실상 부처간 칸막이만 더욱 공고히 해준 꼴이다. 여기에 SOC, 농림·수산, 문화·예술 분야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으니 누가 정부의 개혁의지를 믿으려 하겠나. 정부는 R&D·교육, 에너지, 산업진흥, 보건·의료, 정책금융, 환경 등 6대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도 하겠다지만 벌써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결국 총선이 다가오자 공공부문 개혁도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되고 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