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을 이용해 자율주행 중인 모습.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을 이용해 자율주행 중인 모습.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 김근희 기자 ] 명불허전이다. 마이바흐에 몸을 맡긴 순간 차가 유리알 구르듯 미끄러져 나간다. 실내는 바깥 소리가 안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제법 성을 내는 듯한 엔진 소리가 난다.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올려도 흔들림 따윈 없다. 잔잔하다.

지난 26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기자들을 초청해 신형 마이바흐 S500 등 최고급 S클래스에 적용된 인텔리전트(지능형) 드라이브 시스템을 체험하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워크숍'을 열었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는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도로의 상황을 감지하고 주행을 도와주는 일종의 자율주행 기술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마이바흐 S500은 기존 S클래스 모델보다 차체가 더 길다. 차량 뒤편의 'MAYBACH(마이바흐)' 로고가 붙어있다.

차 문을 연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마이바흐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실내가 넓다. 뒷좌석에 발 받침대를 올려도 앞좌석에 닿지 않는다. 베이지색의 고급 가죽 시트는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헤드레스트(머리 받침대)가 폭신해서 뒤로 누우면 편안해진다. 뒷좌석 바로 앞에는 멀티미디어 화면이 있다. 리모컨을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리모컨으로 마사지 버튼을 누르니 좌석이 움직이면서 안마를 해준다.
마이바흐 S500 내부.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마이바흐 S500 내부.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석 시트 역시 폭신하다. 스티어링 휠을 움켜잡으니 촉감이 부드럽다. 센터페시아부터 스티어링 휠까지 구석구석 고급 가죽이 들어갔다. 센테페시아 중간 부분의 다이아몬드 모양이 난 가죽 마감재는 차의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마이바흐 S500의 심장은 배기량 4663cc V형 8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힘을 낸다. 복합 연비는 7.9km/ℓ다. 세그먼트 최초로 자동 9단 변속기인 9G-트로닉이 얹어졌다. 가격은 2억3300만원.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한류월드로를 통해 제2자유로까지 약 15분간 왕복 주행했다. 페달에 발을 올리면 차가 미끄러지듯 굴러간다. 속도를 높이니 엔진회전 속도계가 4000rpm까지 치솟았다 꺾이며 시속 100km까지 순식간에 붙는다. 140km/h까지도 부드럽게 따라붙는다. 속도가 시속 200km에 다다르자 회전속도계 바늘이 5000까지 치고 내려온다. 고속으로 달려도 불안감이 없다. 바람 소리만 약간 들릴 뿐 차안이 고요하다.

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 레버를 앞으로 당겨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을 작동시켰다. 속도를 60km로 설정하니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간다. 조금 굽은 도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앞차가 멈추자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알아서 멈춘다. 앞차가 출발하자 따라서 간다.

주행을 마치고 다시 일산 킨텍스로 돌아와 이번에는 실내에서 '매직바디 컨트롤 시스템'이 탑재된 마이바흐 차량을 탔다. 실내 바닥에는 과속방지턱과 유사한 장애물들이 설치돼있다. 시속 40km로 달리며 장애물 앞에서 감속하지 않아도 차가 부드럽게 장애물을 지나간다. 튕기는 느낌이 전혀 없다. 룸미러 뒤편에 설치된 스테레오 카메라(동시에 2장의 화상을 얻을 수 있게 한 특수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미리 스캔하고 도로 상황에 미리 대응해 지면의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자 '나이트 뷰 어시스턴트 플러스 기능'이 작동한다. 어두운 터널 속 서 있는 사람들이 계기판 중앙에 붉게 나타난다. 신기하게도 사람 모양의 판넬은 인식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물을 구별한다.

다음은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 기능을 체험하기 위해 S클래스로 옮겨 탔다. 이 기능은 앞에 장애물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차가 스스로 급제동하는 기능이다. 마네킹을 앞에 두고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으로 시속 35km를 맞춰놓고 달렸다. 차 앞에 마네킹이 가까워지자 '삐삐' 소리를 내며 경고등이 들어온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자 차가 끼익하며 스스로 멈춘다.

벤츠는 이날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업계에서 선도자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마케팅·세일즈 총괄은 "고급 브랜드의 절대적인 선두주자로서 업계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다른 브랜드에 앞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길게 늘어선 마이바흐 S클래스 차량.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길게 늘어선 마이바흐 S클래스 차량.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