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만에 사라지는 삼성 그룹 계열사 제일모직 홈페이지 캡처.
52년만에 사라지는 삼성 그룹 계열사 제일모직 홈페이지 캡처.
[ 김민성 기자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한 뒤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바꿔단다. 지난해부터 그룹 계열사간 사업 재편으로 우여곡절을 겪어온 제일모직이 출범 5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6일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 대 0.35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한다.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물산이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해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

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핵심 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 등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 원에서 2020년 60조 원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됐다.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된 뒤 해외영업을 주도해 왔다.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현재 제일모직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가 모체다. 삼성에버랜드는 2013년 원조격인 옛 제일모직으로부터 직물·패션사업을 인수했다.

이후 옛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매각 대금으로 독일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소재 업체인 노발레드를 인수했다. 삼성SDI 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 및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협력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그러나 노발레드 인수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및 태블릿 등에 올레드 패널 소재를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이어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좌절됐다.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추려면 장기 투자가 뒤따라야 하지만 2013년 제일모직 매출(4조 4111억 원)은 세계 화학업계 10위 권인 LG화학(23조1436억 원)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그룹은 이어 지난해 옛 제일모직이 미래사업으로 키우던 첨단소재 개발 영역을 삼성SDI로 떼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차 전지 사업에 주력하는 삼성SDI가 소재 중심 계열사인 제일모직을 흡수한 것. 이후 삼성 SDI는 자산 15조 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 됐다.

이어 양대 핵심사업이었던 직물·패션은 에버랜드로, 소재산업을 삼성SDI로 이관한 뒤 삼성에버랜드가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어 달며 환골탈태했다. 제일모직은 이어 에버랜드 시절 건물관리업은 삼성에스원에 양도했다. 급식업은 삼성웰스토리로 이관했다.

몸집을 가볍게 줄인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등 숨가쁜 구조조정의 길을 달려왔다. 이후 건설, 패션 등 사업별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사업 경쟁력과 해외영업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결국 수차례 계열 분리 및 사업 이관, 상장 등의 일련의 소용돌이를 거친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을 끝으로 52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 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