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도 지식재산권 중요…'틈새 특허' 노려라
2006년 나이키 본사의 케빈 알 브라운 지식재산권보호담당 이사는 서울세관을 방문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국내 유입을 시도하던 ‘짝퉁’ 나이키 상품 약 300억원어치를 적발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브라운 이사는 당시 “지식재산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모든 것”이라며 거듭 사의를 표했다.

스포츠용품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나이키의 매출은 75억달러(약 8조1322억원). 나이키는 지식재산권 방어만으로 최소 15%(약 1조220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스포츠용품 시장이 과학기술을 만나 더욱 확대되면서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시장 독주의 ‘원동력’은 지식재산권

국내 스포츠용품 시장은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3사가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글로벌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녹아 있는 제품의 공신력이 그 일등공신이다. 박세혁 서울과학기술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글로벌 브랜드의 가치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력에 있다”며 “우수한 기술이 마케팅을 통해 오랜 시간 브랜드 이미지에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84년 마이클 조던과 5년 전속계약을 체결한 나이키는 ‘공기 넣은 신발, 에어 조단(Air Jordan)’이란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전 세계 농구시장을 평정했다. 이후 야구와 축구, 배구, 골프 등 다른 종목에도 유사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 2013년 기준 나이키가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특허는 4403건에 이른다.

틈새 기술로 주목받는 기업도 있다. 전 세계에서 200여개의 특허기술을 보유한 언더아머(Under Armour)는 기존 방식의 운동화나 스포츠 의류가 아니라 운동복 속에 입는 ‘수분전달직물(wicking fabric)’ 기술을 접목해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성 의류’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2004년 2억달러(약 2173억원)에서 2013년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10배 이상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특허에 매달리는 것은 특허 건수와 매출 간의 높은 상관관계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982~2012년 미국에 등록된 특허 건수와 매출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기술개발에 따른 특허 보유 현황이 매출 증대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계수 0.993)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극심한 매출 정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스포츠브랜드 미즈노의 경우 0.44로 낮은 상관계수를 기록했다.
스포츠산업도 지식재산권 중요…'틈새 특허' 노려라
국내 기업 인식 부족 여전

국내 스포츠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유 실태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시장 규모가 약 27조원 수준인 섬유산업의 경우 2013년 기준 3335건의 특허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약 40조원의 시장을 형성한 스포츠산업의 특허 등록은 그 절반을 약간 웃도는 1844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우수 기업을 선정해 설비자금과 연구개발자금 등을 융자, 지원해주는 100여개 우수 체육용구업체 중에서조차 50건 이상 특허출원 실적을 가진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스포츠 관련 업체의 90% 이상이 10명 미만의 영세기업이란 점도 지식재산권 확보와 활용 등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기술개발과 특허 획득 등 지식재산권 확보와 활용보다는 단기적 성과와 매출 증대 등에 더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최근 특허청 등과 업무 협의를 마치고 스포츠산업 분야 소상공인을 위해 개인사업자의 특허 출원 때 전담심사제를 도입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스포츠산업체의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세부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달 안에 문체부와 특허청이 업무 협약을 체결, 국내 스포츠 기업의 지식재산권 확보와 사후 활용 방안 마련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