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은 가고 힐링이 왔다
MBC가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를 접고 따스한 가족극과 힐링(치유) 드라마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8일부터 평일 오후 8시55분에 방송 중인 일일극 ‘딱 너 같은 딸’과 13일 처음 방영한 수목 미니시리즈 ‘맨도롱 또 ’을 이런 시대를 열 대표주자로 내세웠다.

‘딱 너 같은 딸’(극본 가성진, 연출 오현종·박원국)은 코믹 가족극을 표방한다. 가풍이 뚜렷하게 다른 세 가족이 사돈 지간으로 엮이면서 겪는 오해와 갈등이 차츰 이해와 사랑으로 극복되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용서와 화합을 통한 가족애, 사랑의 조화를 생기발랄하게 그려낼 계획이다. 초반부의 빠른 전개와 개성만점의 캐릭터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수경, 강경준 등 젊은 연기자와 길용우, 김혜옥 등 중견 배우들의 조화로 안정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다.

로맨틱 코미디 ‘맨도롱 또 ’(극본 홍정은·미란, 연출 박홍균·김희원)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청춘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다. 제주 방언인 제목의 뜻은 ‘기분 좋게 따뜻한’이다. 총 16부작 중 15부가 제주에서 촬영된다. 서울에서 해고되고 제주에서 새출발하려는 가난한 여자가 부잣집 아들과 엮이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킨포크 라이프(천천히 여유 있게 사는 삶)’에 제주에 대한 판타지를 버무린다.

두 드라마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하는 ‘막장 드라마’와는 다르다. ‘막장’은 드라마 속에서 갑자기 귀신이 나오기도 하고, 뜬금없이 말풍선이 등장해 시청자를 당황시킨다. 여기에 이상하게 얽힌 인간관계와 배다른 형제 이야기 등이 곁들여진다.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사랑과 가정의 화목을 강조하는 ‘청정 드라마’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변에 있음직하거나 현실 세계와 가까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청정 드라마에 대한 제작진의 의지는 강하다. ‘딱 너 같은 딸’을 연출하는 오현종 감독은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건강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열린 ‘저품격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방송사는 드라마의 개연성이나 제작비 문제보다 시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