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운데)와 직원들이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운데)와 직원들이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의 월거래액은 15억원 규모로 뱅크월렛카카오의 거래량을 뛰어넘었습니다. 간편송금을 기반으로 핀테크(금융+기술)의 대표주자가 되겠습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서 21일 만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33)는 간편송금 서비스 실적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 3월 내놓은 간편송금 서비스다. 돈을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만 알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비바리퍼블리카가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9개 은행과 제휴를 맺는 등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치과의사 그만두고 창업

이 대표는 서울대 치과대를 졸업한 치과의사다. 연예인 고객이 많은 서울 강남의 한 치과병원에서 억대 연봉을 받다가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 이때 치과의사보다 사회에 좀 더 이바지할 방안이 없을까 고민했다. 소집해제 바로 다음날인 2011년 4월 비바리퍼블리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프랑스혁명 당시의 구호로 ‘공화국 만세’를 뜻한다.

스타트업의 길은 쉽지 않았다. 토스가 나오기까지 무려 8번의 사업 아이템이 무위로 끝났다. 실패가 거듭되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이 대표가 들고나온 전략은 ‘고스트 프로토콜’. 직원들에게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오도록 했다. 사흘에 한 번 관찰 내용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의하는 것 말고는 아무도 회사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3개월간 100개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중 하나가 토스다.

◆규제 허점 찾아 금융혁신

사업(토스) 아이디어는 이 대표가 벼랑까지 내몰릴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떠올랐다. 어느날 은행 계좌를 확인해보니 잔액이 달랑 2만원이었다. 예상보다 적은 잔액에 놀란 그는 입출금 내역을 챙겨봤다. 의사로 근무할 때부터 자동이체로 매달 몇만원씩 공익단체에 기부했는데, 그 돈이 빠져나간 것이었다. ‘어떻게 내 통장에서 돈을 빼갈까’하는 궁금증은 토스의 핵심 아이디어가 됐다. ‘은행의 자동출금(CMS) 기능을 이용해 송금 서비스를 만들자.’ CMS를 이용하면 공인인증서는 물론 저장된 카드번호 없이도 송금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서비스를 개발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자동 요금납부를 위해 만들어진 CMS를 송금에 이용한다는 발상에 은행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금융감독당국도 처음에는 ‘금융사고’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불편한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목표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부정적인 시선은 서서히 걷혔다. 정부가 핀테크 육성책을 발표하면서 규제도 풀리기 시작했다.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알토스벤처스에서 10억원을 투자받았다. 최근에는 송금 외에 결제 서비스도 선보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