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졸 출신의 37년 은행 인생
은행의 동여의도지점에 근무하는 동안 네 곳의 거래처가 부도를 냈다. 은행으로서는 대출금을 떼이게 됐으니 나쁜 거래처들이다.

하지만 모두 같지는 않다. 어떤 거래처는 사후 대책을 은행과 논의하면서 한 푼이라도 더 갚으려 했다. 또 다른 거래처는 계획적으로 은행을 이용했다. 거래를 트고 일정 기간 신용을 쌓은 뒤 담당자가 바뀌면 고의로 부도를 냈다. 그런 사람들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간다는 각오로 일했다. 채무자의 집 앞에서 잠복하거나, 방직기계를 압류한 뒤 구매자를 물색해 팔기도 했다.

적반하장인 채무자도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던 한 업체 사장은 막상 부도를 내고서는 ‘배 째라’는 식으로 돌변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거래처 사람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은행원으로 산다는 것은》은 고졸 출신 행원으로 시작한 저자가 지점장을 거쳐 대학 교수가 되기까지 37년간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을 담은 책이다. 은행원 시절 신규 고객을 개척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고, 지점장 때에는 국내 최초로 ‘조종사 대출’ 상품을 만들었다. 개점 이래 최초 총량 3000억원, 5000억원 등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저자는 실적증대를 위해 기울인 노력, 부하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해 능력을 제대로 발휘시킨 일, 개인적으로 학업을 병행했던 과정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큰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던 저자의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경험은 이 땅의 직장인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듯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