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다. 검사 시절 부패 척결에 앞장서 드라마 ‘모래시계’ 주인공으로 각색됐던 홍 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검찰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수사팀은 단 한 번의 소환조사로 혐의를 확정하고 기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앞에 피의자로 서는 '모래시계 검사'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8일 오전 10시에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고 6일 발표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8명의 정치인 중 검찰의 소환 조사가 확정된 대상자는 홍 지사가 처음이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홍 지사에게 소환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무게에 준하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물을 토대로 의혹 시점 상황을 대부분 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2011년 6월께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홍 지사 측에 건넸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네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당시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에 가서 홍 지사 보좌진에게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지사 최측근들 조사를 대부분 마쳤다. 수사팀은 이날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부비서관을 지낸 홍 지사의 또 다른 측근인 김해수 씨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홍 지사의 보좌관 출신으로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캠프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나경범 경상남도청 서울본부장과 홍 지사 비서관 출신인 강모씨를 조사했다.

홍 지사는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 변호인인 이우승 변호사는 2003~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때 특별검사보로 일했고 제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였던 문무일 검사장은 이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또 다른 변호인인 이혁 변호사도 남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중 특검에 파견돼 문 검사장과 호흡을 맞췄다. 문 검사장의 수사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인물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홍 지사는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과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건개 전 대전고등검찰청장 등을 구속해 스타 검사로 떠올랐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정계에 입문한 홍 지사는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표 최고위원을 지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