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사 "정부, 소규모 복합공사 3억→10억원 확대 철회해야"
"집단행동 불사" 선언에 전문업체는 "억지 주장"…'밥그릇' 다툼 재현

국토교통부가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종전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을 추진중인 것과 관련해 지방 중소 종합건설업체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항의 집회와 건설업 면허 반납 등의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전문건설업체는 정부의 소규모 복합공사의 확대방침이 바람직하다며 맞서고 있어 이 문제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업역다툼 문제로 확대될 분위기다.

5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 산하 16개 시·도회 회장들은 지난달 29일 긴급 시·도회장 회의를 열고 "국토부의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정책은 건설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처사"라며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규탄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국토부는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종전 3억원에서 10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소규모 복합공사란 종합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전문건설업체도 발주자로부터 원도급자로 직접 수주할 수 있는 2개 이상의 전문공사를 말하며 현재 발주 예정가격 3억원 이하의 공사로 제한돼 있다.

3억원 이상의 복합공사는 종합건설업체가 발주처로부터 수주를 받아 이를 다시 업종별로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국토부가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10억원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칸막이식 업역 규제를 축소해 발주자의 선택 기회를 넓히고, 공사 도급단계(2단계→1단계)를 줄여 공사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경우 종전까지 종합건설업체들의 업역이던 3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의 공사를 전문건설업체도 수주할 수 있게 되면서 종합건설업체들은 이 공사를 중대형 전문건설업체에 뺏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의 공공공사는 총 14조3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70%인 10조1천억원을 종합업체가 수행했다.

종합건설사들은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가 10억원으로 확대되면 이 가운데 64%선인 6조5천억원의 공사가 전문건설업체에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정내삼 부회장은 "현재 10억원 미만의 공사는 전체 공공발주 공사의 78.8%를 차지할 정도로 1만여개에 달하는 종합건설업체에도 핵심 수주시장"이라며 "만약 소규모 종합공사의 범위를 확대하면 영세한 중소 종합건설업체는 일감을 잃게 되고 오히려 2∼3개 이상의 업종을 등록한 중대형 전문건설업체만 수주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또 "이 정책이 시행되면 중소 종합건설업체는 고사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정부가 업역체계를 일방적으로 허무는 것은 또다른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실장은 "공사를 발주자가 전문건설업체에 직접 발주해 거래비용을 줄인다는 정부의 생각도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하도급 단계 축소에 따른 비용절감은 직접시공 확대 방식으로 해결해야지 종합·전문업체간 업역을 허무는 것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회는 기술능력이 부족한 전문업체에 2개 이상의 공종 시공과 관리를 맡길 경우 공사품질과 안전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소속 중소종합건설사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입법예고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항의집회와 함께 건설업 등록증 반납도 불사하겠다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전문건설업체들은 종합건설업체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소규모 복합공사의 확대는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밥그릇' 다툼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5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로 종합건설업체에서 전문건설업체로 이전되는 공사는 6조원대가 아닌 1천800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발주자의 종합건설업체에 대한 선호·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종합건설업체의 주장은 일방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건설협회는 또 "전문업종 2개 이상을 보유해 소규모 복합공사 수주가 가능한 전문건설업체는 건설기술자 평균 보유인원이 4.5명에 이른다"며 "기술인력이 부족해 안전·품질에 문제가 된다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 후 개정안의 수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칸막이식 업역규제를 유연화하는 차원에서 이번 입법예고안을 철회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종합건설업체의 의견을 일부 수렴해 절충안을 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