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3~5% 유지…예대 차이 최대 3.7%

"펀드나 주식을 하다가 돈을 잃을까봐 은행에 예금을 넣고는 있지만 낮은 이자 때문에 걱정입니다."
30대 직장인 A씨(35)는 요즘 은행에 1년짜리 정기 예금을 붓고 있다.

펀드로 손실을 봤던 '트라우마'가 강한 그는 투자 목적보다는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은행을 찾는다고 한다.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나 마찬가지지만 은행을 금고라고 생각하고 돈을 차곡차곡 예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재테크의 큰 축이었던 은행 예금이 개인들의 금고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준금리(1.75%)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금리가 시중은행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다.

실제로 10대 시중은행의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1년치 기준) 10개를 조사해 보니 평균금리가 1.64%에 불과했다.

이는 연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거의 의미가 없는 이율이다.

은행이 개인금고에 불과하다는 푸념이 누구나의 처지로 굳어지고 있다.

◇ 10대 은행 대표 예금상품 평균 금리 '정말로' 1.64%

5일 은행연합회의 은행 주요 예금상품 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10대 은행을 대표하는 1년 정기예금 상품 10개의 평균 금리는 1.64%에 불과하다.

10대 은행 중에서도 메이저로 분류되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평균 금리는 1.60%로 10대 은행 평균치보다 0.04%포인트 낮다.

온라인 전용을 제외하고 금리가 가장 높은 오프라인 상품은 기업은행의 '신서민섬김통장'과 산업은행의 'KDB 드림 정기예금'으로 각각 1.85%다.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의 '주거래고객우대 정기예금'은 1.3%로 금리가 가장 낮다.

각 은행의 얼굴마담 격인 정기예금 상품들의 금리는 기준금리인 1.75% 이하가 대부분이다.

우리은행의 '우리유후정기예금'(1.75%), 외환은행의 'Yes 큰기쁨예금'(1.65%), 하나은행의 '고단위플러스 금리연동형'(1.60%), 농협은행의 '왈츠 회전예금 2'(1.58%), 신한은행의 'S 드림 정기예금'(1.55%), 국민은행의 '슈퍼정기예금'(1.50%) 등 주요 시중은행의 대표 상품들은 기준금리보다 낮았다.

각 은행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단행된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이들 상품의 금리를 평균 0.18%포인트 내렸다.

◇ 신용대출 3~5%대…대출금리 내림폭은 '찔끔'

이처럼 예금금리는 바닥을 형성하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여전히 3~5%에 이를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은행은 대출금리를 인하했지만 일부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리를 인상하는 '역주행'을 했다.

1~3등급을 기준으로 10대 은행의 일반신용대출금리 평균은 3월 4.07%에서 지난달 3.94%로, 한 달 동안 0.1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씨티은행의 대출금리가 5.0%로 가장 비쌌다.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오히려 0.02%포인트 금리를 올렸다.

이 은행의 '주거래고객우대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예대 차가 3.7%나 된다.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대출 금리는 3.86%에서 3.67%로 0.1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반면에 3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이들 은행의 예금금리는 0.27%포인트나 떨어져 대출금리 하락폭보다 컸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이 수수료 등 비이자 부문보다 예대마진에 주력하는 게 문제"라며 "비이자 부문 개선 문제는 시스템 전반적인 사항이기에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자 수익이 5%를 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펀드나 주식 등으로 분산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할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