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서정주·황순원…거목들의 격동기 문학 추억하다
박목월, 서정주, 황순원은 해방 이후 문단을 이끌어온 한국 문학의 거두였다. 일제강점기였던 1915년에 태어나 한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해방 후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되짚고 기리는 문학 행사를 마련한다. 다음달 7~8일 열리는 ‘2015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다.

기념문학제 대상 작가는 이들을 비롯해 강소천 곽종원 임순득 임옥인 함세덕 등 모두 8명이다. 문학제 주제는 ‘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다. 국권 상실, 해방과 전쟁, 국가 재건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목격한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아동문학가 강소천은 17세부터 동시를 썼고 해방 후에는 동화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박목월은 1946년 조지훈 박두진 등과 함께 ‘청록집’을 발간하며 시 문학사에 청록파라는 이름을 남겼다. 서정주는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해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황순원은 소설을 쓰기 전인 1931년에 이미 시인으로 문단에 나왔고, 해방 이후 소설 창작에 집중했다. ‘동승’ 등의 작품으로 한국 희곡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함세덕, 한국여류문인회 회장을 지낸 임옥인, 평론가 곽종원, 여성 소설가 임순득도 1915년에 탄생한 주요 작가다.

기념문학제 첫 행사는 내달 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이다. 서정주의 문학과 그의 삶이 가진 논쟁적 부분, 박목월의 시가 가진 미덕에 주목한다. 또한 강소천의 문학세계와 함세덕 희곡의 가치를 평가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임옥인 작품에서 드러나는 여성상과 윤리의식을 조명하는 세션도 있다.

서울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8일 ‘문학의 밤’ 행사를 연다. 서정주의 시 ‘자화상’에 들어 있는 시구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를 주제로 100주년 작가들의 소설과 시를 낭독하고 노래하는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인 정종미 최석운 등 국내 유명화가들이 황순원의 대표 단편에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도 소개된다. 오는 9~11월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경기 양평 황순원문학촌에서 개최되는 ‘황순원 문학그림전’이다. 6월 발간되는 계간 대산문화 여름호에는 강소천 박목월 서정주의 아들들이 아버지를 회고하는 글이 실린다. 전상국 박덕규 서하진 이혜경 구병모 작가는 각자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소나기’의 속편을 선보인다. 학술 행사도 활발하다. 5월23일 연세대에서 ‘박목월·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6월13일 중앙대에서 ‘100주년 탄생 작가 박목월·서정주·황순원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기념문학제 기획위원장인 이숭원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915년생 작가들은 해방 이전의 문학적 유산과 한계를 계승하는 동시에 극복해왔다”며 “기념문학제는 곡절의 현대사를 살았던 이들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