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일본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을 방문 중인 그는 “저물가 극복을 위해 일본 경제는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며 “자산매입 정책 덕분에 인플레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는 인식이 일본 내에서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다면 내년 초까지 목표를 달성할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며 “그 결과 시장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면 금융시장은 놀라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가 자신감을 보인 것은 아베노믹스 3년째를 맞아 곳곳에서 경제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의 2014회계연도 경상이익 증가율은 3%로 과거 최고치였던 2008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호조로 도요타 파나소닉 등 대표 기업들이 잇달아 임금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2월 가계지출은 전월비 0.8% 증가세로 돌아섰고 2월 무역적자는 1431억엔으로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닛케이225지수는 이달 초 15년 만에 장중 20,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전망치를 3.1%로 떨어뜨린 IMF가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0.4%포인트 높은 1%로 상향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 경제 동향이 한국에 매우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여전히 3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세계가 일본 경제 부활에 주목해도 유독 한국만 큰 관심이 없다.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정치적 이슈들이 가로막고 있는 탓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국 경제교류는 축소일로다. 올 1분기 한·일 간 교역액은 184억47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9% 줄었다. 연간 교역액도 2011년 1080억달러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감소했다. 환율 영향 등도 있지만 관계 악화가 중국 등지로 수출입 다변화를 더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일 간에는 밀월이 지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도 그렇고 양국 주도로 조만간 타결될 TPP 협상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일본의 부활과 복권을 이야기하는데 혹시 한국만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