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재계의 관심이 삼성그룹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삼성테크윈 등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도 지배구조를 손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삼성에 쏠리는 눈
당장 주목받는 회사는 다음달 14일부터 대주주 지분매각 제한(보호예수)이 풀리는 삼성SDS다.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일 삼성SDS 종가(27만3000원) 기준으로 지분가치가 2조3700억원에 이른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도 각각 3.9%의 지분을 들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 오너 일가가 삼성SDS 지분을 팔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상속자금을 마련하거나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선 “오너 일가가 단기간에 삼성SDS 지분을 팔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SDS가 2020년까지 매출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린 2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최근 발표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설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삼성SDS를 흡수합병하면 이 부회장은 지분 맞교환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삼성 지주사와 삼성SDS의 지분을 교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수십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지주사 전환의 실익이 없다는 논리에서다.

오는 6월18일부터 제일모직의 대주주 지분매각 제한이 풀리는 점도 관심이다.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23.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SDI·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룹 지배구조상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 지분을 팔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하지만 삼성전기·SDI·물산이 제일모직 지분을 팔 수는 있다. 이 경우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끊어진다.

주용석/남윤선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