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호텔 이사회'서 총장 선출 이유는…
[ 김봉구 기자 ] 동국대 법인이 이사회를 열어 공석 중인 총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교수들은 “표절 총장 선임을 반대한다”며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다.

20일 동국대에 따르면 법인은 오는 25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 불교 조계종 종단 개입 논란으로 수개월째 미뤄져 온 총장 선임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대는 김희옥 전 총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지난달부터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학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가 이사회에 올린 총장 후보 3명 가운데 보광스님(한태식)만 남은 상태. 다른 2명의 후보인 김 전 총장과 조의연 교수(영어영문학부)는 앞서 종단 개입을 이유로 사퇴했다. 여기에 홀로 남은 후보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도 걸림돌이 됐다.

동국대 교수들은 이런 논란을 의식해 학내에서 열리던 이사회가 강남의 호텔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교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호텔 이사회가 바로 우리 대학의 위기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학교 측은 호텔에서 이사회가 열리는 게 특별한 예외 사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교협은 또 “총장 선임권은 이사회에 있다. 그러나 교수의 양심에 비춰 도저히 표절 총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외압 파문에 표절까지 겹친 보광스님이 혹시 법적 총장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우리의 총장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보광스님의 총장 선임을 반대하는 교수들은 이날부터 학내에 천막을 치고 단식에 들어갔다. 교협 비상대책위원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씩 릴레이 단식하면서 구성원 동참을 받기로 했다.

이들 교수는 “대학의 안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표절 총장에게서 졸업장을 받지 못하겠다’는 학생들의 외침에 뭐라고 답해야 하느냐. 이 상태에서 총장만 뽑으면 안정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총장 취임식은 모든 구성원의 축하와 환영 속에 치르고 싶다”며 “이사들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살펴 학교의 진정한 안정과 발전을 위해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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