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졸업 학점은 줄고…가르칠 건 많고…딜레마에 빠진 이공계 대학들
기업들이 기초가 튼튼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인재를 공급해야 할 이공계 대학들은 교육 시간 부족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르쳐야 할 교육 내용은 늘어나는데 대학의 전공 필수 학점이 크게 줄어 운신의 폭이 좁아진 탓이다.

한국경제신문은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1963년부터 2014년까지 51년간 공과대학 학사제도를 분석했다. 이 기간 전체 졸업 이수 학점은 160학점에서 140학점으로 줄었다. 졸업 의무 이수 학점에서 전공과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5년 69%에서 작년 47%로 2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전공 학점이 줄었지만 가르쳐야 할 교육 내용은 도리어 늘어나는 게 공대의 딜레마다. 최근 융합 역량이 강조되면서 공대 기초과목에 인문학 과목 배정을 늘리고 있고 실습 중심 과목도 확대하는 추세다. 김기혁 한국공대학장협의회장(계명대 교수)은 “최근 고등학교 수학, 과학 교육까지 축소되고 있는데 대학의 이론 강의가 줄어 이를 보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대학 졸업 이수 학점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의 열악한 재정이 문제다. 김 회장은 “대학 졸업 이수 학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교수를 대폭 충원해야 하는데 대학 재정 문제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기초가 튼튼한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교에서부터 충분히 기본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