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동개혁 방향과 내용이 영 엉뚱하게 돌아가고 있다. ‘성과 낮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 기준’이 노·사·정 안건에 포함된 것도 문제였는데 아예 정부가 구체 내용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소위 일반해고의 명확한 기준을 6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사업장에서 합리적인 원칙이나 기준 없이 희망퇴직을 내세운 구조조정을 하거나 징계해고 형식을 빌린 일반해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막기 위해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이 장관의 발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이나 해고는 기업의 자율에 속하는 사항이어서 정부가 기준을 놓고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통상임금 논란도 그렇게 시작됐다. 정부가 통상임금 기준이라는 것을 굳이 만들어 결과적으로 산업계에 그렇게 큰 충격을 주더니 이제는 해고 조건에까지 끼어들어 작동하지도 않을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반 해고기준이란 걸 만든다고 법원이 이를 존중해줄 것도 아니다. 해고는 고용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사정에 따라 할 일일 뿐 정부가 그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부가 고용의 기준을 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애초부터 노사의 자율적인 계약에 맡기면 그만인 일이다. 해고기준이라는 것을 세워 놓으면 지금도 연간 1만3000건에 달하는 해고소송이 그로 인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불능의 노조 파워,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등 노동계의 불균형, 경직된 고용시스템이 노동개혁의 대상이다. 노동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노동개혁이다. 그런 일을 정부가 시시콜콜 관여하고 자세한 규정을 세우면서 관치 노동시장을 만들어온 것이 지금까지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것을 개혁하자는 것인데, 여기에 다시 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한다. 한 번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선거 때마다 그 기준을 놓고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해고 자체가 점차 무력화하고 만다. 정부는 대체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