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퇴진? 반전카드 마련?…이완구 '운명의 10일'
검찰이 이완구 국무총리(사진)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이 총리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간 진실공방이 곧 결과를 드러낼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 진행과 상관없이 이 총리의 총리직 유지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서면서 오는 27일 귀국 후 이 총리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혀서다.

앞으로 열흘 동안 각종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을 수 없다면 불명예 퇴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총리 운명은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검찰 수사와 함께 여론 흐름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여론에 상관없이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17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어제 출국했으니 총리로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그리고 빈틈없이 국정을 통할할 책무를 느낀다”며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출국 전 별도의 당부를 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누누이 이야기한 대로 (대통령과의 대화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인 것 같다”고 했다.

당내에선 전날 박 대통령의 언급을 이 총리 경질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이 (이 총리에 대해) 더 이상 안되겠구나 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런 당내 분위기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회동 발표문 내용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총리실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부서별 주요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간부회의는 이 총리 취임 이후 “형식적인 회의는 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거의 열리지 않았다. 이 총리가 이례적으로 간부회의를 소집한 것은 총리실 직원들의 동요를 막아 국정 공백을 막겠다는 뜻이라고 한 측근은 말했다. 이 총리는 이번 주말 이후에는 4·19 혁명 기념식 참석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총리의 거취를 두고 당내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이재오·김용태 의원 등은 “‘식물총리’가 총리직에 머물러 있는 게 오히려 더 국정 공백을 키운다”며 하루라도 빨리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충청권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장우 의원은 “충청 출신 총리가 일 좀 해보려고 하는데 성 전 회장의 물귀신 작전에 걸려든 것”이라며 “이재오 의원 등의 여러 발언에 대해 충청권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친박게이트 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이번주 중으로 이 총리가 거취를 결정해 달라”며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대통령마저 사퇴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우리 당은 직접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