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특혜 금융' 휘둘린 금융업계…"무조건 지원하라" 은행 압박한 정·관 유착
2013년 10월 경남기업이 세 번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자 금융당국은 채권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모았다.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은행들 사이에선 ‘두 번째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5개월밖에 안됐는데 또다시 지원하란 거냐’는 하소연이 나왔지만 결국 10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2014년 2월엔 5300억원이 추가로 지원됐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올 3월 경남기업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을 지원하면 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지만 그 정도 상황이면 거절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업구조조정에는 ‘관치’보다 더 무서운 ‘정치’가 작용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팬택, 쌍용건설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에는 항상 정치권의 압박이 작용해왔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런 점에서 경남기업 사례는 금융에 ‘정치’가 개입할 때 나올 수 있는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2012년 5월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지난해 6월까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에 부실기업 사주가 배치된 것이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당시 성 전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장과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은행장들에게 집요하게 지원을 부탁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치적 압력이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성 전 회장의 로비는 경남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들의 손실을 1조원 이상으로 키웠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대한민국에서 큰 기업을 구조조정할 때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며 “금융당국과 정치권, 구조조정 기업 사이에 낀 은행들만 죽어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김일규/이태명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