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3월 신규 고용 둔화에 따른 ‘고용 쇼크’에 이어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어닝 쇼크’가 예측되고 있다. 미국 기업은 오는 8일 알루미늄업체 알코아를 시작으로 잇따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미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치솟은 여파로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1분기 순이익이 6년 만에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잇단 경제지표 부진에 기업 실적 악화까지 우려되면서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둔화) 국면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폭 하향 조정된 1분기 실적 추정치

강달러 '후폭풍'…미, 이번엔 어닝쇼크 예고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미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12.7% 뛰었다. 이 같은 상승폭은 유로화가 통용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같은 기간을 비교해 봤을 때 가장 크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경기 부양을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가 맞물리면서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미 달러화 랠리가 계속되자 시장 전문가들은 앞다퉈 미국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기업실적 집계 업체 팩트셋리서치는 지난 1분기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만 해도 4.3% 증가를 예상했다. 헬스케어와 금융 업종은 10% 안팎의 순이익 증가를 예상했지만 유가 하락 여파로 에너지 업종의 순이익이 6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를 종합해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린지 벨 S&P캐피털IQ 연구원은 “내수 중심의 중견 이하 기업보다 수출 비중이 큰 대기업의 실적 악화 소식이 잇따를 것”이라며 “S&P500 기업은 순이익의 절반 정도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어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 장기화될 수도”

2분기까지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S&P500 기업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두 분기 연속 실적 하락이 이어지면 단발성 ‘어닝 쇼크’가 아닌 ‘어닝 리세션(후퇴)’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발표한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2만6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의 절반에 그쳤다. 신규 고용이 20만명을 넘지 못한 것은 13개월 만이다. 이 역시도 에너지와 제조업 관련 기업이 강(强)달러에 큰 타격을 입은 영향으로 해석됐다.

크리스토퍼 스탠튼 선라이즈캐피털파트너스 자산 관리자는 “제조업, 소매판매, 고용 지표 등 각종 미국의 경제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발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달러 랠리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