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탈북→11년 만에 영국 유학 김성렬 씨 "동북아 문제 전문가 되겠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김성렬 씨(30·사진)는 영국 셰필드대 국제관계학 대학원 입학허가서를 들고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입학허가서를 받아 올가을 3년 예정의 유학길에 오르는 김씨가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인생역정은 한마디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1990년대 식량난에 떠밀려 음식을 구걸하며 방랑하는 북한 청소년을 뜻하는 ‘꽃제비’ 생활을 했다. 1주일간 오직 물만 먹고 지내기도 했다.

“여기서 굶어 죽느니 차라리 떠나다 죽겠다고 결심했죠.”

1997년 3월 김씨는 가족과 함께 살얼음이 언 두만강을 건너 첫 탈북을 감행했다. 중국 옌볜과 허베이성을 떠돌아다니다 3년 만에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다. 이후 두 차례 더 탈북을 시도한 김씨는 2001년 톈진 국수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어 중국 땅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육체적인 곤궁에서 벗어나자 정신적인 목마름이 끓어올랐다.

“배우지 못해 글을 못 읽었어요. 어느 날 밤 라디오를 틀어 주파수를 맞추다 보니 한국 라디오가 잡힌 거예요. ‘한국에 오면 탈북자에게 교육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었는데 ‘아! 이거다’ 싶었죠.”

탈북 시도 7년 만인 2004년 9월 김씨는 19세의 나이에 제3국을 거쳐 한국 땅을 밟았다. 1년3개월 만에 초·중·고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2007년 한동대에 입학했다. 영어가 부족한 탓에 1학년을 마친 뒤 휴학하고 영어에 매달렸다. 2009년부터 한 종교단체의 후원으로 미국 등지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

통일 뒤 동북아를 아우르는 전문가가 돼 북한의 재능있는 젊은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김씨. 이를 위해 국제기구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작년부터 해외 유학을 준비했다.

김씨에게 남은 걱정은 경제적인 문제다. 1년에 4800만원에 달하는 학비와 생활비 마련이 어려워서다. 김씨는 그동안 막다른 길에서 새로운 길을 뚫어낸 것처럼 이번에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작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