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에 휘둘리는 은행 … 대출창구 大혼란
정부가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후속으로 서민 및 취약계층의 대출이자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내놓기로 하면서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금융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심전환대출이 중산층을 위한 상품이라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금융권에선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 외에 보험사 등 2금융권 주택대출자를 위한 대책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후속대책 발표를 앞두고 은행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낮은 대출 금리의 정책금융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내놓은 다른 주택대출 상품의 금리도 낮춰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은행권 전체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손실도 예상되고 있다. 과도한 정책금융이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시중은행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세진 대출금리 인하 압박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후속대책은 안심전환대출 혜택 소외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제2금융권 대출자와 기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자 중 서민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민층 대상 정책금융상품의 대출 금리 인하도 대책에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서민주택대출 상품 금리를 낮출 계획이다.

안심전환대출에 이어 정부가 정책금융 대출상품 금리를 낮추면 서민 이자부담은 줄어들지만 은행으로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진작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된 금융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연 2% 중반대지만 은행권의 자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1~3.4% 수준이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안심전환대출이 공급된 지난주부터 고객센터에서는 금리 인하 요구 전화를 1만통 넘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미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만큼 대출금리를 반영했지만 정책금융상품의 금리가 이렇게 떨어지면 은행들은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저신용등급 피해 볼 수도

정부는 주택 대출뿐 아니라 저소득·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위는 후속 대책의 범위를 주택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전반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런 정책이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수요자에 대한 대출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 확보가 어려운 은행으로선 올해 대손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어 연체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에 낮은 금리로 더 돈을 빌려주기 힘든 상황에 빠져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놓을 서민층 금융지원 방안도 은행권의 희생을 깔고 추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지원예산을 확보하기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결국 은행들에 일정 비용을 지우는 형태가 될 것이란 점에서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안심대출 및 서민금융 지원 관련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번 회동은 임 위원장이 취임 이후 현장의견을 듣기 위해 만든 ‘금요회’ 일정으로 열린다.

박신영/이태명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