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문상영 일렉트로룩스코리아 대표 "주말마다 앞치마…아내에게 직접 만든 요리 대접하죠"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한국 지사인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문상영 대표(46·사진)는 주말마다 앞치마를 두른다. 주중에는 넥타이를 매고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바쁘지만 주말만큼은 요리에 온 신경을 쏟는다. 주말 이틀간 하루에 최소 한 끼는 문 대표가 책임진다. 그는 “직접 만든 음식으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게 낙”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토스트를 굽고 건강 주스를 만들어 아내와 두 딸에게 대접하는 것으로 토요일 아침을 연다. 토요일 아침은 간단하면서도 맛과 영양이 풍부한 음식으로 메뉴를 꾸미지만 일요일 저녁에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한다. 제육덮밥과 카레라이스는 문 대표가 자신하는 저녁 메뉴다. 그는 “요리는 하면 할수록 솜씨가 느는 게 느껴져서 재미있다”며 자신의 힐링 비법으로 요리를 꼽았다.

그가 처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2013년 8월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사장이 되면서 생긴 변화다. 소형가전 업체의 수장인데 직접 써봐야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무감에서 주말마다 요리를 시작한 것이 어느새 취미가 됐다. 문 대표는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소형가전 덕분에 초보인 나도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다”며 “직접 사용해보며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기능이나 제품이 중요한지 점검하고 의견도 낸다”고 설명했다. 일렉트로룩스가 작년에 프리미엄 주방 소형가전 ‘익스프레셔니스트 콜렉션’을 출시할 때도 문 대표는 직접 제품을 사용해본 뒤 한국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기도 했다.

문 대표의 주방은 보통 가정보다 소형가전이 두 배 이상 많아 비좁은 편이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제품만이 아니라 경쟁사 제품도 비교 사용해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소형가전을 많이 갖다 놔 주방을 어지럽힐 수 있지만 더 많이 연구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겠다”고 가족에게 양해를 구했다. 문 대표의 요리 솜씨는 회사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일렉트로룩스는 매년 한 차례 세계 각 지사를 총괄하는 임원들을 모아 성과와 시장 흐름 등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연다. 이때 진행하는 요리 워크숍에서 문 대표의 요리도 주목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요즘 요리 말고 다른 가사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아직 다림질은 어색하지만 청소는 곧잘 하는 수준이 됐다. 그는 “가사에 관심이 많아지니 회사 직원들의 가정생활에도 신경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평소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지 말고 퇴근 후 시간은 온전히 가족을 위해 쓰라고 주문한다. 회식 문화도 개선해 술자리를 대폭 줄였다.

그는 요리가 경영과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요리는 제 경영 지침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요리를 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고 실력도 늘어요. 경영도 요리처럼 경험이 쌓일수록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요리도 맛있게, 경영도 멋지게 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