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는 31일 자율주행차(무인자동차) 기술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양산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벤츠 등 글로벌 경쟁업체와 구글 등 정보기술(IT)업체가 앞다퉈 최신 무인자동차 기술을 공개하고 있지만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현대·기아차가 동등한 수준의 기술과 독보적인 양산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2020년엔 스마트카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인차 속도내는 현대차 "2020년 상용화…스마트카 시장 이끈다"
○“벤츠·아우디·구글 두렵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3월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시승회를 열었다. 이 차는 운전자의 조작 없이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렸다. 아우디도 올해 초 2015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A7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900㎞를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달리도록 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무인자동차 기술 분야에서 뒤처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대차는 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김대성 현대차 전자제어개발실장은 “벤츠나 아우디가 자율주행 시연 행사를 열었지만 고가 센서 등 양산차에 접목하기 어려운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며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직접 접목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벤츠 아우디 등과 동등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진일보한 자율주행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기술을 하반기 중 양산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현대차만이 보유하고 있는 독자 기술이란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고급차인 에쿠스의 신형 모델에 먼저 적용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020년엔 질적으로도 업계 선도”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현되기 위해선 수십 가지의 기술이 필요하다.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HDA 기술이 그중 하나다. 이 외에도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등도 필요하다.

현대차는 이미 이 같은 기술을 확보했으며 현재 주요 양산차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가 운전자 없이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무인 호송차’ 동영상을 지난해 6월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날 행사에서 신형 제네시스에 선행 연구용으로 적용한 ‘혼잡구간 주행지원 시스템(TJA)’의 시연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는 정체나 끼어들기 등으로 교통상황이 열악한 도심에서 차가 알아서 멈추고, 거리를 맞춰 주행하는 기술이다. 현대차는 다만 상용화는 완료하지 못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상용화를 위해 △각종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인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주행 전략을 수립하는 ‘판단’ △실제 주행을 구현하는 ‘제어’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기술을 독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일부 센서의 경우 만도 현대모비스 해외업체 등과 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는 무인자동차 기술 등을 핵심으로 하는 차세대 스마트카 개발에 2018년까지 2조원을 투입하고 관련 연구 인력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정락 현대·기아차 총괄PM담당 부사장은 “2020년부터 자율주행을 핵심으로 하는 스마트카 분야에서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