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금리 첫 年 1%대] 초저금리에 태경농산·현대특수강 등 '새내기 회사채' 발행 잇달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회사채 발행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달 발행 금액은 5조400억원으로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4월(5조4000억원) 이후 최대다. 전달(3조6200억원)보다 39.2%, 1월(3조3600억원)보다 50.0% 증가했다.

금리 추가 하락을 예상한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회사 등 그동안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과 초저금리를 활용해 은행대출을 회사채로 갈아타려는 ‘새내기’ 기업들이 잇따라 발행 물량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줄잇는 ‘새내기 회사채’

1979년 설립된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은 지난 16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3년 만기로 500억원을 조달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희망 금리는 연 2.69%. 그런데 실제 발행금리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연 2.21%. 모집 금액의 무려 5.1배 수요가 몰리며 매수 경쟁이 붙은 덕분이다.

태경농산뿐만 아니라 현대종합특수강, 피엠피, 한국투자캐피탈 등도 이달 들어 창사 이후 첫 회사채 공모에 성공했다. 대림에너지와 휠라코리아 등 2곳도 첫 회사채 발행을 위해 최근 신용등급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단기간에 ‘새내기 회사채’ 발행이 이뤄진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새내기 회사채 발행은 2012년 4건, 2013년 8곳, 2014년엔 5곳에 그쳤다. 시중금리가 연 1%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회사채로 기관들의 매입 수요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관투자가들이 재무안정성이 뛰어난 우량 기업들에만 선별 투자했지만 지금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A등급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새내기 기업의 회사채 발행 목적은 대부분 은행대출 등 고금리 차입금 상환이다. 태경농산의 경우 그동안 활용해온 연 2.92% 금리 기업어음(CP)을 갚아 1년에 약 3억5000만원의 이자비용을 아낄 계획이다. 이훈호 동부증권연구원은 “시장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덕분에 우량 신용등급의 회사는 은행대출 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 양극화 해소는 아직…

조선 정유 건설 등 그동안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노출돼온 기업들도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시중금리 자체가 절대적으로 낮은 만큼 ‘보너스 금리’를 조금 더 주더라도 이번 기회에 장기자금을 조달하겠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수요예측에 앞서 ‘자사 채권 유통금리(이하 민평금리)’보다 0.4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얹어주겠다고 제안해 모집 금액보다 많은 청약 금액을 끌어들였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민평금리 대비 각각 최고 0.3%포인트와 0.2%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제시해 두 배가 넘는 수요를 모았다.

비우량 기업들이 새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해 만기 회사채를 순차적으로 상환하는 추세도 다소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해소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김상만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회사채 시장에 나오지 못했던 비우량 기업들이 다시 신규 발행 시장에 등장하려면 해당 업종의 수익률 향상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경기회복 기대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