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이어 증권사도 수신 금리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연 0%대 금리가 속출할 전망이다.

증권사가 먼저 손보고 있는 상품은 고객예탁금이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목적으로 임시 예치한 돈으로, 현재 전체 증권사를 통틀어 18조원 규모다. 평균 잔액을 3개월마다 계산해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KDB대우증권은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을 다음달 10일부터 종전 연 1.03%에서 0.78%로 0.2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내 예탁금 이용료율의 경우 연 2.0%에서 0.78%로 한꺼번에 1.22%포인트 인하한다. 연 0.1%만 적용하고 있는 외화 예탁금에 대해선 같은 날부터 아예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SK증권은 다음달 13일 예탁금 이용료율 체계를 개편하면서 고액 우대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지금은 100만원을 초과하는 예탁금에 대해 5단계(0.25~2.0%)로 차등화된 이용료율을 지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금액과 관계없이 연 0.8%만 준다. 5억원 넘게 예탁금을 맡긴 사람이라면 연 1.2%포인트의 이자가 깎이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CMA 금리를 다음달 13일부터 낮춘다. ‘해맑음예보 CMA’ 금리를 종전 연 1.6%에서 1.3%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한다. NH증권 관계자는 “CMA와 예탁금 이용료율을 모두 낮추지만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이 같은 금리 인하 흐름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증권사들이 자금을 유치해도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있어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