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사망보험금으로 '노후 대비' 한다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보험 상품이 나왔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역모기지)과 비슷한 방식이다.

신한생명(사장 이성락·사진)은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지급하는 신한연금미리받는종신보험을 다음달 1일부터 판매한다고 30일 발표했다. 그동안 특약 등을 통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은 있었지만 종신보험과 연금을 처음부터 연동한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금 수령 중 보험 가입자가 사망하면 잔여액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 한 번의 보험 가입으로 사망 위험에 대비하면서 연금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으로 '노후 대비' 한다
◆주택연금 방식 종신보험

이 상품은 정부와 생명보험 업계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도입을 추진해온 것으로 신한생명이 가장 먼저 상품화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장기 생존과 조기 사망 리스크를 한 번에 대비할 수 있어 사적연금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신한연금미리받는종신보험에 △월 보험료 23만9590원, 20년 납입 △사망보험금 1억원 △65세부터 연금 선지급 △연금지급 기간 15년 등의 조건으로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계약자가 연금지급 시점(65세)으로부터 1년 뒤 사망하면 연금 160여만원을 받고 사망보험금 1억828만9500원을 받는다. 만약 10년 후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은 8746만5000원으로 줄어들고 그동안 1808만6500원의 연금을 받아 생활비로 쓸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주택금융공사에서 판매 중인 주택연금(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상품)과 비슷하다.

신한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납입면제 혜택도 제공한다.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등 6대 질병으로 진단받거나 합산장해지급률 50% 이상이면 이후 보험료 납입이 면제된다.

◆사적연금 활성화 기대

신한생명의 이 상품은 작년 8월 금융위원회가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개발이 본격 추진됐다. 금융위는 한화·신한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와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신상품 개발을 진행해 왔다. 신한생명은 다음달 이 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할 방침이다.

종신보험과 연금을 연계한 상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생명보험사들은 연금전환특약을 통해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푸르덴셜생명이 판매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종신보험도 소비자가 원할 경우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품들은 연금으로 전환하면 사망보험금을 포기해야 한다. 종신보험을 해약하고 해지환급금을 통해 연금에 새로 가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 기능을 합친 상품도 있지만 보험료가 일반 종신보험보다 비싸 소비자들이 가입을 꺼렸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소비자가 상황에 맞춰 사망자산과 연금자산을 균형 있게 배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