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의 포성, 급등락하는 유가
중동의 화약 연기가 유가 흐름을 반전시킬 것인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권 10개국이 예멘 반군 후티에 26일 단행한 군사작전으로 하루 사이에 국제유가가 4.5%나 급등했다. 예멘 내전이 걸프지역 전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져서다. 에너지 시장에선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국제유가가 상승 추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성급한 예측까지 나온다.

이날 군사 작전은 이슬람 내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충돌로 볼 수 있다. 수니파 종가 격인 사우디가 주동이 돼 예멘 쿠데타 사태를 촉발한 시아파 반군 후티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후티의 배후로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지목되고 있는 만큼 결국엔 사우디와 이란 간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혈투가 벌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어쨌든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난해 6월 초만 해도 배럴당 106달러(WTI 기준)를 넘던 국제유가는 이후 속절없이 하락, 올 1월 말 배럴당 43달러대까지 추락한 뒤 43~53달러권에 머물고 있다. 주말에 전선이 확대돼 내주 초 배럴당 53달러 선을 돌파한다면 내친김에 60달러 이상까지 오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예멘은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 통로로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 만데브 해협(하루 수송량 380만배럴)을 끼고 있어 예멘의 긴장고조는 유가 상승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우디가 군사작전으로 손해 볼 일이 별로 없다는 점도 추가 상승에 무게를 더한다. 전쟁이 단기에 수습되면 수니파 측의 우위가 확인되는 셈이고, 장기화하면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테니 사우디로선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그간의 유가 하락이 이란을 고사시키기 위한 사우디의 전략이란 해석이 적지 않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하지 못한 데는 이런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급상 유가가 상승 추세로 돌아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개리 실링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10달러대까지 추락할 것이란 주장을 편다. 중동과 미국의 공급은 계속 늘어나는 데 반해 수요는 올해 12년 만의 최저인 하루 2912만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핵협상 중인 이란과 미국이 예멘 사태에 직접 개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유가 움직임과 관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변동성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석유를 100% 수입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안전벨트를 꽉 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