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딜러사 인수한 효성 "판권 뺏기면 어쩌나"
이탈리아 슈퍼카인 마세라티를 생산하는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이 국내에 마세라티코리아를 설립한다. 이 때문에 마세라티 공식 수입사인 FMK를 최근 인수한 효성그룹이 국내 마세라티 판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FCA코리아는 마세라티 수입과 판매를 담당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마세라티 한국법인 설립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FCA는 1996년 크라이슬러코리아를 설립한 뒤 현재까지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지프 브랜드 차량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해왔다. FCA그룹 산하 마세라티와 스포츠카인 페라리는 동아원그룹 산하 FMK가 수입 판매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마세라티 국내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FCA가 마세라티를 직접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이전까지 연간 150여대에 그쳤던 마세라티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700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마세라티의 대표 차량인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사진)의 평균 가격이 1억~2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세라티 국내 매출은 200억원대에서 1년 만에 1000억원대로 급증한 것이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올초 마세라티 전담팀을 설립해 마세라티 수입과 판매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법인 설립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FMK를 인수한 효성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페라리 수입원 역할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마세라티 브랜드 내에선 딜러 자격에 그치는 탓이다. 이 때문에 FMK를 200억원에 사들인 효성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사돈 기업 동아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효성이 FCA와 합작해 마세라티코리아를 설립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효성 관계자는 “마세라티 판권을 얻기 위해 FCA본사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