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퀴벌레·똥시 출신 쫓아내라"…익명 뒤에 숨은 '악플 변호사'들
신중한 언행과 신뢰가 생명인 변호사들이 인터넷 공간을 수준 이하의 악성글로 도배해 눈총을 사고 있다.

변호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최대 인터넷 카페 중 한 곳인 ‘사시사랑’에서는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건전한 비판 대신 명예훼손 성격이 짙은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며칠 전 서울변호사회가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대한변호사협회와 협의 후 협회에 돌려보내자 “회장은 바보인지 학벌의 한계인지”, “무뇌아, 돌대가리, 빙신” 등의 비난글이 쏟아졌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가천대 법대 출신이다. 대한변협이 최근 설립한 로스쿨발전위원회에 대해서도 하창우 회장을 상대로 “초반 언플(언론플레이)만 하고 입을 싹 닦는다”고 삿대질했다.

악성 글의 상당수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를 비하하는 글이다. ‘사시사랑’ 이용자 일부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로퀴벌레(로스쿨+바퀴벌레)’라고 비방한다.

지난 1월 서울변회가 새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로스쿨 1기 출신 A변호사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하자 이들은 “로퀴 쫓아내라”, “똥시(변호사시험) 출신 로퀴 물러나라” 등 변호사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글을 올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개인 글까지 가져와 비난했다. 또 대한변협에서 임명한 로스쿨 출신 대변인을 향해서도 “똥시 2회 로퀴면 천지분간도 못하는 수준”이라고 인신공격성 글을 올렸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라는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이 카페에서 10~20명의 극소수 회원이 악성글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1일 ‘법관이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으로 의견표명 시 유의할 사항’이란 법관윤리강령 권고안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표현, 성·인종·나이·지역에 따른 차별을 드러내는 표현 등을 금지했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저질 욕설 등이 담긴 악성댓글 1만건가량을 작성했다 문제가 돼 사직한 수원지방법원 이모 부장판사 사건의 후속조치였다.

변호사는 공직자는 아니지만 공공성이 강한 법률전문직이다. 변호사법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변호사의 사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징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법조인의 등록을 막듯이 인터넷상으로 문제있는 변호사도 자격을 정지하거나 박탈할 수 있도록 변호사윤리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