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은 이변 없이 끝나…대한항공, 회장 퇴직금 늘려

사상 최다인 810개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린 '제3차 슈퍼주총' 결과 큰 이변은 없었으나,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소액주주 측 사외이사·감사가 선임되는 사례가 나왔다.

27일 자동차부품 업체 부산주공은 주주총회를 열어 이종경 세무법인 신성 대표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소액주주 측 주주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과 협력해 30% 이상의 지분을 모아 이종경 후보를 추천했고 사측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통상 주총에서도 경영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며 비상근감사 후보로 나선 소액주주 강상순씨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감사에 선임됐다.

그 외 현대엘리베이터, 엔씨소프트,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대기업 주총에서는 경영진이 내놓은 안건이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도 대부분 무사통과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측이 추진하는 주식발행한도(수권자본)를 2천만주에서 6천만주로 늘리는 안건을 2대주주인 쉰들러 홀딩(지분율 21.5%)의 반대에도 통과시켰다.

쉰들러는 주식발행한도 증대와 이에 따른 추가 유상증자는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으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측에 밀렸다.

엔씨소프트 주총에서는 경영 참여를 요구해 김택진 현 대표 측과 갈등을 빚어온 1대주주 넥슨이 김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찬성하는 등 한발 물러서서 '전면전' 없이 마무리됐다.

넥슨 측을 대표한 김정욱 넥슨코리아 전무는 주총장에서 "넷마블게임즈 투자가 어떤 절차를 통해 된 것인지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도 "김 대표의 재신임에 찬성한다.

좀 더 경영에 매진해 달라"는 의견을 밝혀 큰 충돌은 피했다.

다만 일부 소액주주들은 발언을 통해 넷마블게임즈 투자와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운영을 비판하고 최근 사장으로 승진한 김 대표 부인 윤송이 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작년 내분 사태의 여파로 기존 사외이사 전원이 사퇴한 KB금융지주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등 신규 사내이사 2명과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사외이사 7명의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사외이사 중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에 대해 "지난 2012년 삼성카드 사외이사 재직시 내부거래위원회 참석률이 50%에 불과해 성실성 측면에서 적격성이 의심된다"며 반대표를 던졌으나 지분율이 0.20%에 그쳐 역부족이었다.

트러스톤은 이사 보수한도를 25억원으로 유지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세부적 지급 기준과 방법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 전적으로 위임해 적절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대한항공은 또한 임원 퇴직금 기준을 변경해 기존의 '부사장 이상에 대해 1년에 4개월분'에서 성과에 따라 3∼5개월로 차등화하면서 회장은 1년에 6개월분으로 늘렸다.

이 밖에 휴바이론, 엠케이전자, 정원엔시스 등의 주총에서도 소액주주 측 감사 선임 등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