種子회사 세운 CJ…"K푸드 밑거름"
CJ그룹이 우수 종자 개발 사업에 본격 나선다.

CJ제일제당은 26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종자 전문 계열사 ‘CJ브리딩’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문병석 CJ브리딩 대표 등이 참석했다.

CJ브리딩은 쌀, 콩, 녹두, 고추, 배추 등의 종자를 개량한 뒤 초기 재배 단계의 실험을 주로 진행한다. CJ제일제당은 CJ브리딩이 개발한 종자로 생산한 농산물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種子회사 세운 CJ…"K푸드 밑거름"
CJ가 종자 사업을 강화하는 데는 이재현 회장(사진)의 소신이 크게 작용했다. 이 회장은 “농업과 식품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는 우수 종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종자 사업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산업인 만큼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CJ제일제당은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CJ브리딩 설립 이전에 식품연구소를 중심으로 종자 개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와 공동 개발한 쌀 품종인 ‘서농17호’를 활용해 작년 10월 ‘햇반 큰눈영양쌀밥’을 출시했고, 콩 종자인 ‘CJ행복한1호’로 재배한 콩나물은 올해 제품화할 예정이다. 전라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이 개발한 김 종자 ‘해풍1호’는 2013년부터 CJ제일제당에서 생산하는 모든 토종 김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CJ브리딩은 올해 충북 괴산군과 강원 횡성군, 제주에 종자를 재배하는 농지 4곳을 조성해 쌀과 콩 종자를 생산할 계획이다. 개량한 종자로 재배한 쌀 90t과, 콩나물 콩 200t을 수매해 제품 생산도 늘릴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종자 재배 농지를 7곳 이상 확보하고, 3년 내 농가와 농민단체 등을 참여시켜 종자농업법인으로 재출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CJ는 또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으로 경기 수원시에 짓고 있는 CJ제일제당 통합연구소에 종자 저장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곳은 종자 품종 개발을 위해 기본 형태의 유전형질을 갖고 있는 ‘기본 식물’을 키우고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세계 종자산업은 현재 연간 5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세계종자협회는 종자 시장이 3년 안에 85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국산 종자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몬산토, 신젠타종묘, 사카타 등 미국, 스위스, 일본 등의 글로벌 회사가 국내 종자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해외 종자 사용으로 지급하는 로열티가 2011년 172억원 수준에서 2020년 79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는 “종자 국산화를 위해 CJ브리딩에 투자를 계속 늘릴 것”이라며 “농민들이 해외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개발한 종자를 수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