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3低 훈풍…경제심리 살아난다
부진을 거듭해온 경제에 모처럼 ‘신(新)3저(저금리 저유가 원저)’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시장의 활기가 증권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와 원화 가치 하락에 정부의 재정 투입 확대 등이 가세하면서 실물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호기를 경제 회생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면 경제 활성화 법안의 국회 처리를 서두르고 4대 부문(공공 노동 금융 교육) 구조 개혁도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22일 정부와 주요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자산시장과 실물경기 회복을 이끄는 견인차는 부동산 경기다. 지난달 서울 주택 거래량은 1만2990건(잠정)으로 전달(1만1005건)보다 1985건(18%) 증가했다. 2006년 실거래 조사를 시작한 이후 2월 거래량 기준으로는 가장 많다. 한 건의 주택 거래가 성사되면 이사 및 수리 비용, 새 가구 장만, 중개수수료 등으로 가구당 수천만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 고용유발효과가 큰 인테리어 도배 전기설비업 등에 대한 파급력도 강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2%에서 1.75%로 내리면서 부동산 경기가 더 탄력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2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오르기 시작해 19일 2037.89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도 20일 8.27포인트(1.31%) 오른 640.08을 기록했다. 2008년 6월 이후 6년9개월 만의 최고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자산시장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경기가 회복 국면인지 하락 국면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던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新3低 훈풍…경제심리 살아난다
금리·환율·유가 '트리플 호재'…"경기회복·구조개혁 기회 왔다"

이제 관건은 실물경기다. 지난 1월 생산 투자 소비지표는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출도 두 달 연속 감소(전년 동기 대비)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투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성장률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에 수출기업도 화색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0월, 그리고 지난 12일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현재 연 1.75%) 내렸다. 한은이 2012년 7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린 영향을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2년에 0.03%포인트, 다음해에는 0.1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어떤 경로로든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금리 인하가 원화값을 가파르게 끌어내리고 있는 것도 수출기업엔 반가운 일이다. 지난해 7월4일 1008원50전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달러당 1123원으로 10.2% 올랐다. 1년 전보다는 4.35% 상승했다. 이 같은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은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그동안 엔저(低)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전자·자동차업종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할 경우 해당 연도 GDP 증가율이 0.03%포인트, 이듬해에는 0.1%포인트 각각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최근 원화값 하락이 GDP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0.13%포인트, 0.44%포인트에 달할 전망이다.

유가하락 효과 日·中보다 커

요즘처럼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띠고 있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다. 국내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20일 배럴당 52.06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103.47달러)보다 51.41달러(49.7%) 떨어진 가격이다. 원유 가격 하락은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과 가계의 실질구매력 증가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지속적으로 밑돌 경우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5개 국책 연구기관이 내놓은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 10% 하락 시 한국 기업의 생산비용은 0.7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0.34%) 중국(0.36%)보다 두 배 이상 효과가 크다. 이 분석 틀에 최근 1년간 두바이유 가격 하락폭을 대입하면 한국 제조업의 생산비 절감 효과는 3.78%에 이른다.

“기업 깜짝 놀랄 규제개혁해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수부족이 가시화되느냐, 아니냐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의지도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재정을 사회간접자본(SOC) 등 재화 및 용역 부문에 1조원을 투입할 경우 GDP 증가율이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0.04%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신3저’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도 투자 및 고용의 불안감을 확실하게 제거해나가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올 하반기에는 미국의 단계적 금리 인상 등과 같은 불확실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송두한 농협금융연구 센터장은 “지금처럼 안팎의 경제여건이 안정돼 있는 시기에 구조개혁을 완료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과감한 규제 철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관광, 보건의료 등 7대 업종을 중심으로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의 내수산업은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우섭/김유미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