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MART, 원전 수출 강국의 디딤돌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는 소형 무인항공기인 드론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어른 손바닥 크기만한 초소형 드론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바로 옆 가전관에선 좁은 장소에 놓고 쓸 수 있는 작은 가전제품들이 주목을 받았다. 둘의 공통점을 꼽자면 ‘소형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원자력발전소 시장에서도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원전 건설에는 1기에 3조~4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건설하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원전 도입은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나라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다. 돈이 있더라도 인구밀도가 낮거나 주요 도시가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대형 원전 도입은 쉽지 않다. 송전망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형 원전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 중소형 원전(SMR)이다. 중소형 원전은 상용화된 대형 원전에 비해 크기가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작기 때문에 각 도시 인근에 건설할 수 있어 대형 송전망도 불필요하다. 레고 조립하듯 주요 부품을 모듈화(몇 개의 관련된 부품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생산해 장착하는 기술방식)해 공장에서 만들어 부지로 이송할 수 있다.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건설 공기가 짧고 비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원자로 크기가 작아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피동형 냉각시스템을 통해서 열을 식힐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형 원전만 바라보던 나라들이 중소형 원전에도 눈을 돌리는 이유다.

최근 세계 원자력 강국들은 앞다퉈 중소형 원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2년까지 상업운전을 목표로 중소형 원자로 개발에 4억52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아르헨티나는 소형 일체형원자로의 원형로를 건설 중이며, 후속 단계로 10만~20만㎾짜리 원자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10여개국 역시 중소형 원전을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 규모가 2050년까지 3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블루오션 시장에서 한국이 독자 개발한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SMART)가 지난달 3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첫 ‘러브콜’을 받았다. 이날 한국과 사우디는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 상용화 및 원자력 인력 양성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우디에 2기 이상의 스마트 시범 원자로를 건설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상용원전 및 요르단 연구용원자로 수출, 2014년 네덜란드 연구로 개조사업 수주에 이어 중소형 원전을 수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대·중·소 원자력 시스템 수출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다.

한국은 여기서 자만하면 안 된다. 이번 수출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원자력 강국인 미국보다 앞서 중소형 원자로 개발을 완료한 강점을 살려 최대한 빨리 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원자력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의 가수요를 실수요로 만들기 위해서는 원자력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 나아가 일정기간 운영까지 책임지는 ‘토털 솔루션’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미래 먹거리 찾기’에 모두 여념이 없다. 중소형 원전 스마트 수출은 한국 경제의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스마트 원전 2기를 수출하면 2조원이 넘는 경제효과가 따라온다. 순수 토종 원자로 스마트가 대한민국의 대표 수출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그날을 기다려본다.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