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알리바바의 혁신전략을 주목하라
최근 미국 경영전문지 패스트 컴퍼니는 알리바바와 함께 이름도 생소한 3개의 중국 신생기업을 ‘2015년 50대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선정했다. 한국의 삼성은 41번째로 꼽히는 데 그쳤다. 미국 포브스닷컴은 이를 소개하면서 ‘중국의 3개 신생 기업이 삼성을 눌렀다’고 제목을 뽑았다. 중국기업이 모방 수준을 넘어 글로벌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부상해 한국을 대표하는 혁신기업인 삼성을 앞지르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으로선 불편한 평가이지만 최근의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본 것 같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유일한 해법처럼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구조개혁, 제조업 혁신3.0 등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는 있다. 그런다고 이 상황을 가볍게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국기업들의 혁신은 한국이 논의하는 혁신의 방향과 내용, 질적 수준에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주력 분야는 물론이고 첨단기술과 신성장동력 분야, 금융과 유통, 인터넷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들의 기세가 무섭다.

패스트 컴퍼니의 글로벌 혁신기업 선정에서 삼성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중국 신생기업들의 혁신방식은 한국 기업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22위에 오른 무인기 제조업체 다장촹신은 지난해 군사용 무인기(드론)를 일반인에게도 ‘친근한 비행체’로 전환해 고고학 발굴에서 지붕 수리, 화재 진압 등 다양한 분야의 새 시장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5위에 꼽힌 싱수린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앱을 개발해 의료계 혼란 해소에 일조했고 낙후된 중국 의료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34위의 완더우자는 중국 당국이 구글 접속을 막는 상황에서 4억5000만명의 사용자가 16억개의 안드로이드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한 모바일 솔루션 업체다. 이들 중국 신생 혁신기업은 한결같이 ‘고객감동’과 ‘문제해결’에 주력했다. 기존의 기술과 제품,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섰고, 그들의 문제를 내 문제처럼 해결해 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혁신은 어떤가. 국내 대기업 총수의 신년사에 나타난 혁신의지와 R&D 투자만 보면 나무랄 데 없다.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 혁신 아니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전혀 새로운 시장을 여는 융합제품 개발이란 혁신을 생각하거나 실행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지난해 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업계와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기업을 ‘시장파괴자’로 규정하고 중국 알리바바를 기술부문 1위 기업으로 선정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내 기존의 전자상거래 시장뿐 아니라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 ‘콰이디다처’, 온라인 투자펀드 ‘위어바오’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정부는 전략형 기술개발 R&D 투자 계획과 미래 성장동력 발전전략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글로벌 혁신 현장의 소위 ‘새로운 시장창출형 파괴적 혁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 마련은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정치권도 미국의 구글, 중국의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이유를 살펴야 한다. 융합과 파괴적 혁신에 필요한 입법지원이 절실하다. 엔지니어들이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갖고 이웃회사로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한 혁신기업의 본고장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말이다.

장석인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ichang@kiet.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