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샤프, 긴급 자금 요청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 샤프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은행에 출자전환 등을 포함한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본 내 전자부품 공장을 폐쇄하고 태양전지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샤프는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1500억엔(약 1조3735억원) 규모의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해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샤프는 이번주 중 주거래은행에 구조조정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샤프는 이와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00억엔을 추가 조달하기로 했다. 샤프전자 지분 3%를 보유한 삼성전자 등에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이 신문은 “샤프가 주거래은행 등의 도움을 받아 최종적으로 2000억엔에 달하는 자금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샤프가 위기에 빠진 것은 사업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판사업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은 한국과 중국업체에 밀리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백색가전 사업은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겼다가 최근 급속한 엔저로 역풍을 맞았다. 샤프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조엔에 달한다. 올해 3월 끝날 2015회계연도에는 적자폭이 당초 예상했던 300억엔에서 1000억엔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우선 히로시마현 미하라 공장 등 일본 내 전자부품 공장 4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 이들 공장의 직원은 약 2000명에 이른다. 샤프가 일본 내 주요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양전지사업은 완전히 정리하기로 했다. TV사업은 북미와 호주에서 철수하고 동남아에서는 축소하기로 했다. 북미 수출 거점이던 멕시코 TV공장은 매각된다. 이 신문은 “샤프가 지금까지 직원 3000명을 줄이고 유럽 가전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지만 수익이 개선되지 않아 일본 내 사업까지 재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