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구룡마을, 파이팅
한국 강남구의 상주 인구는 57만명이다. 매일 강남을 찾는 유동인구는 100만명이 넘는, 전국 최대의 번화지역이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무역을 총괄하는 무역협회가 있고 정규 은행 지점만 370여개가 있으며, 대형 오피스 빌딩과 아파트가 밀집한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심이다. 지난해 강남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600만명이 넘었다. 강남구는 1000만명 관광객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강남을 10여년간 가로막았던 구룡마을 개발도 최근 가시화됐다. 구룡마을은 온전히 공영개발하는 게 정답이었지만 투기를 목적으로 한 토지 소유주들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해로 개발이 계속 지연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18일 서울시와 강남구가 100% 공영개발로 최종 합의하면서 전기(轉機)를 맞았다. 모든 거주민의 주거안정을 보장할 수 있게 됐고, 토지주의 투기 이익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일이다. 강남구는 ‘도시선진화 담당관’을 신설하고 지난달 27일 최정예 직원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 구룡마을 개발과 여타 지역 선진화사업을 전담하도록 했다.

지난달 6일과 16일, 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에 의해 그간 말로만 ‘주민 자치회관’으로 불리던 곳을 완전히 철거했다. 여기는 사실 토지주 하수인 조직인 ‘주민자치회’의 아지트로 사용됐던 곳이다. 주민자치회의 실상은 어처구니없었다. 최고 간부가 호화주택으로 사용했던 2층은 약 132㎡ 규모로 고급 외국산 양주와 와인병이 진열장에 즐비했으며 골프채, 대형 멀티비전, 고급 돌침대, 고가 도자기가 놓여 있었다. 신발장에는 간부의 부인 것으로 보이는 명품 구두 수십 켤레가 있었다. 부조리와 비정상의 결정판을 보는 것 같았다.

앞으로 개발 과정에서도 그동안 투기 세력이 자행한 비정상 사례를 수없이 만날 것 같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상’과의 전쟁에도 앞장선 것 같아 구룡마을 개발은 더욱 뜻깊기만 하다. 구룡마을아, 너는 이제 승천하리라. 자연과 공원, 마을이 어우러진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되리라. 강남 사람들에게, 서울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마을이 되리라. 사랑해! 파이팅(fighting)!

신연희 < 강남구청장 shyeon@gangnam.go.kr >